“외부세력이 정연주 사수위해 촛불 악용”

  • 입력 2008년 6월 18일 02시 57분


■ KBS노조 “민주 의원-국참 1219 개입”

“집회참가 300∼400명중 10%는 鄭사장 지지 KBS 직원

낙하산에 침묵하던 이들이 공영방송사수 주장 후안무치”

민주당 “KBS 아닌 노조의 견해” 최문순의원 “집회 계속 참여”

《KBS 노동조합이 17일 성명을 내고 정연주 사장을 옹호하는 KBS 본관 앞 촛불집회에 개입하는 외부 세력을 강력 비판했다. KBS 노조는 11일부터 잇달아 열린 촛불집회 참가자를 동영상 촬영 등으로 분석한 뒤 통합민주당과 대표적인 친노무현단체인 ‘국민참여 1219’가 시위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번 성명에서 공영방송을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촛불집회가 정치적 목적을 가진 외부 세력이 개입하면서 ‘정연주 사수’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노조는 성명에서 “시민들의 순수한 뜻에 거듭 경의를 표한다”며 ‘국민참여 1219’ 등 외부 정치적 세력과 시민들의 분리를 강조했다.

노조는 성명에서 “노무현 정권이 정연주 사장을 낙하산으로 내려 보냈을 때 침묵하던 세력들이 이제 와서 그 낙하산과 함께 공영방송을 사수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후안무치”라고 비판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 등이 조직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증거를 많이 확보하고 있어 이를 노조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며 “성명을 내는 데 노조 내부의 진통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문순 의원, 정청래 전 의원 등이 KBS 앞 촛불집회에 참석했다”며 “집회에서 주도적으로 발언하던 이를 확인한 결과 통합민주당 경기도 모 지구당 간부였으며 민주당 대의원 승합차가 시위 참가자들을 태우고 오는 정황도 포착했다”고 전했다.

최 의원은 촛불집회에서 “언론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KBS 구성원이 각성해야 한다”고 말해 정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노조를 간접 비판하기도 했다.

노조가 또 다른 시위 세력으로 파악한 ‘국민참여 1219’는 2005년 1월 참여정부의 가치와 정신을 승계하고 열린우리당의 혁신을 내세웠던 대표적 친노단체로, 이 단체의 홈페이지에는 KBS 앞 촛불집회를 독려하는 글이 올라 있다.

‘국민참여 1219’는 집회에 조직적으로 참여하면서 ‘퇴진 최시중 사수 정연주’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기도 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정 사장을 낙하산으로 보내 KBS를 망친 노무현 정권을 지지했던 이들이 이제 정 사장을 옹호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노조는 민주당과 ‘국민참여 1219’가 KBS PD협회와 KBS 기자협회 등 사내 일부 직원과 연계돼 촛불집회를 주도하는 정황도 파악했다고 전했다.

노조에 따르면 양승동 PD협회장이나 기자협회 김현석(미디어포커스 진행자) KBS 지회장 등 협회 간부들이 거의 매일 집회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술잔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6mm 카메라로 집회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을 분석했더니 촛불집회 참가자 300∼400명 중 10%인 30∼40명은 정 사장을 지지하는 KBS 직원”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PD협회가 11일자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촛불이 KBS를 지켜줄 것’이라는 광고를 게재한 뒤 그날 밤부터 촛불집회가 열린 것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며 촛불집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 관계자는 “노조의 견해가 KBS 전체나 국민의 뜻이라고 볼 수 없다”며 “앞으로도 당에 설치한 ‘언론장악음모저지대책본부’를 통해 정부의 공영방송 길들이기 시도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방송계) 후배들의 주장인데 반론하지 않겠다”며 “촛불집회에는 계속 참여할 예정이다. 정당인으로서, 개인 자격으로서 정치적 표현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신원건 기자


▲ 영상취재 : 서중석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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