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前대통령 “정권퇴진 주장 헌정질서에 안맞아”

  • 입력 2008년 6월 9일 03시 01분


노사모 총회서 연설노무현 전 대통령이 7일 경남 양산시에서 열린 제9회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정기총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양산=연합뉴스
노사모 총회서 연설
노무현 전 대통령이 7일 경남 양산시에서 열린 제9회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정기총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양산=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와 관련해 “청와대로의 행진과 정권퇴진 요구는 헌정질서에 맞지 않고 결코 민주주의 질서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7일 오후 경남 양산시 원동면 에덴밸리 리조트에서 열린 ‘제9회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정기총회’에 참석해 “말로 한 번 해보는 것은 괜찮은데 진짜 되는 줄 알고 ‘올인’하지 말라”며 이같이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정국 현안에 대해 공식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행사에서 그는 45분간 축사를 했다.

그는 촛불시위에 대해 “이처럼 위력이 있을 줄 처음에는 예측하지 못했다”며 “그런데 정말 시민이 무섭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됐다. 미국이 완전하게 뭘 내놓은 것은 아니지만 저렇게 고운 말을 하리라고, 좋은 말씨로 조심스럽게 그렇게 할 줄은 정말 상상을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살아봐서 아는데 청와대로 행진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고 별 소득이 없으므로 안했으면 좋겠다”며 “쇠고기 협상이 아무리 잘못됐다 하더라도 그 일로 정권퇴진을, 말로 한 번 해보는 것은 괜찮은데 진심으로 믿고 밀어붙이는 것은 우리 헌정질서에도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질 나쁜 신문이 ‘재협상에서 정권퇴진으로’라고 제목을 뽑아 놨다. 타이틀을 그렇게 뽑아 놨다는 것은 정권퇴진이 ‘그런 구호 별로 좋은 게 아니다’라는 뜻으로 해석이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5년간 열심히 국정을 이끌어나가야 할 분이다”며 “일을 잘하도록 대통령에게 요구할 것은 확실히 하되 적절한 수준에서 밀어붙여야지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국민의 뜻을 헤아려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과반을 차지한 18대 국회를 겨냥해 “여러분이 이명박 대통령을 공격하고 있지만 진짜 위험한 존재는 18대 국회”라며 “대통령의 지지도가 이처럼 떨어지고 나면 여당이 정국을 주도하려 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대통령보다 훨씬 큰 권력을 국회가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국회가 하는 일에 주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에게도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하지만 전략적으로 적절한 수준에서 대통령을 밀어붙이는 것이 좋겠다. 당장 내키지 않는 일일지 모르지만 그것이 옳은 길”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 자신의 정치재개설을 의식한 듯 “(노사모 총회 참석에 대해) 노무현과 친노 세력이 정치세력화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일부 시선 때문에 ‘와야 되느냐’는 고민도 했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날 행사에는 문재인 이병완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호철 전 민정수석비서관, 안희정 전 참여정부평가포럼 집행위원장,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등 측근들과 노사모 회원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양산=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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