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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2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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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가 지상파 TV의 광고를 대행하는 민영 미디어렙(rep·representative·광고판매대행사)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문화부는 최근 ‘방송광고제도 개선회의’를 열고 현재와 같은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단일 체제 대신 민간 미디어렙을 도입해 경쟁체제로 바꾸는 방안을 두고 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 자리에는 한국신문협회, 방송광고공사, 종교방송, 지역방송, 광고주협회, 광고단체연합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문화부는 민영 미디어렙 도입 논의에 대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규제 철폐 차원에서 내건 현안 중 하나라며 이해 당사자의 의견을 모으는 단계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부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종교방송이나 지역민방 등 지상파보다 작은 규모의 방송사들의 반발이 적지 않다. 민영 미디어렙을 도입하면 지상파 TV 3사의 광고 단가는 상승하는 반면 다른 매체의 광고가 줄어들어 급기야 매체 간 균형 발전이 훼손된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시점에서 민영 미디어렙의 도입을 서두르는 것은 최근 신재민 문화부 차관이 “방송광고공사 등 제도의 문제는 신문 방송 통신의 융합 등 다른 현안과 함께 해결해야지 단독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라는 발언과도 어긋나는 것이다.
방송광고공사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복수의 민영 미디어렙이 허용돼 방송광고 시장에서 완전경쟁(방송광고공사와 둘 이상의 민영 미디어렙이 경쟁)이 도입되면 종교방송의 광고 매출액은 도입 3년 뒤 현재에 비해 80%가 줄어든 203억 원 수준으로 된다는 것이다. 지역 민방도 현 체제가 유지될 때와 비교해 14%가량 감소된다. 반면 지상파 3사의 광고 매출액은 43.3%가 증가해 현재 2조1600억 원 수준에서 3조18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방송광고공사는 또 민영 미디어렙이 1개만 허용되는 제한 경쟁 체제(방송광고공사 외 하나의 미디어렙이 경쟁)가 도입된다고 해도 지상파 TV의 광고 증가율은 3년간 24.2%로 나타나 지상파로 광고가 쏠리는 현상은 막을 수 없다고 분석했다.
방송광고공사의 박원기 연구원은 “방송광고 시장에 대한 지상파의 과점 현상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민영 미디어렙을 도입한다고 해도 (현 정부가 추진하는) 경쟁 시장으로 전환되기 어렵다”며 “광고 요금 인상과 지상파 3사로의 광고 집중은 다른 매체의 경영 악화로 이어지면서 미디어산업 전반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렙이 도입되면 지상파의 무분별한 시청률 경쟁으로 프로그램의 선정성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송사들이 개별 광고판매 대행사를 통해 더 많은 광고를 끌어들이기 위해 프로그램을 더욱 선정적으로 만들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공영방송을 자임하면서도 광고 비중이 높은 KBS 2TV나 MBC도 교양과 어린이 프로그램 등을 시청률이 낮은 사각지대로 돌리고 오락과 드라마를 광고 황금시간대에 집중 배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민기 숭실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지상파의 경쟁력 강화라는 단일 목표만 염두에 두고 민영 미디어렙 도입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경우 부작용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문제는 규모가 작은 방송사 등 다른 매체의 상황을 고려하는 한편 방통 융합과 신문방송 겸영 등 미디어 구조 개편과 맞물려 윈윈 전략을 짜지 않으면 실패하기 쉽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