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충청권밖 의석 못얻어 절반의 성공…”

  • 입력 2008년 4월 18일 03시 21분


16일 서울 여의도 자유선진당 당사에서 본보와 인터뷰하는 이회창 총재. 이 총재는 “기왕이면 웃음 띤 사진으로 내 달라”고 했다. 안철민 기자
16일 서울 여의도 자유선진당 당사에서 본보와 인터뷰하는 이회창 총재. 이 총재는 “기왕이면 웃음 띤 사진으로 내 달라”고 했다. 안철민 기자
“충청권밖 의석 못얻어 절반의 성공

보수 대연합-정책연대 추진하겠다”

■ 이회창 선진당총재 인터뷰

“이번 총선 결과 원래 보수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여러 갈래, 여러 정당으로 나타났다. 이건 아주 비정상적인 결과라고 본다. 조만간 이런 작은 보수세력이나 정당들은 하나의 큰 틀의 연대나 연합으로 정리되는 것이 정상이다. 큰 눈으로 보수의 대연합이랄까, 정책연대나 공동 행동의 방향을 잡아나갈 필요가 있다.”

이회창 총재가 이끄는 자유선진당은 18대 총선에서 18석을 얻었다. 당초 20석 이상의 원내교섭단체를 목표로 내걸었지만 10석 안팎에 그칠 것이란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예상외의 선전을 한 선진당의 이 총재는 17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보수세력의 대연합 또는 정책연대’를 총선 이후 정국의 정치적 목표로 내걸었다.

―이번 총선의 의미를 평가해 달라.

“총선 결과가 절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거대한 여당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경고의 의미가 있다. 우리 당의 교섭단체 구성에 모자라는 2석은 새롭게 다짐하고 각오를 세우게 하는 의미 있는 수치다. 다만 충청권 이외에서 의석을 얻지 못한 것은 뼈아픈 결과다. 절반의 성공이다.”

―충청 지역 이외에 의석을 못 얻어 ‘제2의 자민련’이라는 말도 나온다. 극복 방안은….

“충청권 유권자들이 단순히 충청권의 이익만을 대변해 달라고 우리를 뽑은 것이 아니다. 충청권의 자존심을 살릴 수 있도록 전국 정치를 주도할 수 있는 정당으로 커 달라는 의미가 크다. 이 때문에 교섭단체 구성에 부족한 2석을 채우는 데 집착할 것이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보수의 통합, 정책연대 등의 방향을 잡아나갈 필요가 있다.”

―2석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은 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외부 영입을 하지 않겠다는 뜻인가.

“물론 교섭단체 구성은 중요하다. 그러나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영입하지는 않겠다.”

―보수 대연합이나 정책연대의 구체적 방안은….

“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수준은 아니다. 다만 안정된 정치는 보수와 진보, 양 날개로 가는 것이라는 생각은 과거에 얽매인 사고다.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를 추구하는 보수 세력이 다른 보수 세력과의 경쟁을 통해 국가발전의 기초를 제공한다면 그것이 앞으로의 방향이 될 수 있다. 선진당이 확고한 가치를 추구하며 보수의 대연합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다른 보수세력과 경쟁한다면, 가령 이명박 정권이 실패하더라도 정권의 실패를 보수 자체의 실패로 보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진보 좌파로는 세계를 따라갈 수 없다.”

―한나라당은 보수 대연합 대상인가, 경쟁 대상인가.

“한나라당이 독주나 오만한 행동을 하게 돼 견제할 때는 비(非)한나라당 보수연대가 될 것이다. 한나라당이 좋은 방향의 정책을 펼 때는 도와주기 위해 한나라당이 포함된 정책연대가 될 수도 있다.”

―선진당도 야당인데 통합민주당과의 정책 연대는 불가능한가. 대운하 반대라는 측면에선 민주당과 생각이 같은데….

“민주당과 일절 손을 끊는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러나 쟁점이 정치적 이념과 연결될 경우 연대하기 어려운 게 많지 않겠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연대 문제는….

“과거에 내가 박 전 대표와 연대를 염두에 두었던 것은 그분이 가진 생각과 정치 철학이 나와 비슷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울타리 안에 있고 나는 새로운 정당의 틀 안에 있기 때문에 정책연대나 공동행동은 힘들다.”

―비례대표 당선자의 자질 문제로 시끄럽다. 비례대표 공천 때 특별당비를 받았나.

“안 받았다. 정당법에 당비 납부 규정이 있으니까 당비를 내서 선거에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 그러나 공천과는 별개의 문제다. 공천을 당비와 연결시켜서는 안 된다.”

―끝으로, 이명박 정부 두 달을 총평하면….

“이 정부의 성공제일주의, 실용제일주의 사고가 걱정스럽다. 당장 이번 내각 인선이 좋게 말하면 실용주의고 나쁘게 말하면 성공만능주의다. 회사의 경우 능력이 좋으면 누구든 써서 이익을 올리면 성공이지만 정부는 다른 사항 고려 없이 능력만으로 쓰면 사회에 위화감과 갈등이 생긴다. 최고경영자(CEO)가 보는 조직철학과 국가지도자가 보는 국가철학은 다른데, 그런 점이 걱정이다.”

박제균 기자 phark@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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