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 대통령 정부개편 거부는 대선 民意 모독이다

  • 입력 2008년 1월 29일 02시 59분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기자회견을 열고 새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국회에서 의결된 개편안이 끝내 마음에 안 들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도 분명히 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룰 17대 국회의 마지막 임시국회가 어제 문을 열었으나 첫날부터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이 공방만 벌였다. 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싸고 신구(新舊) 권력 간에 한바탕 충돌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노 대통령의 회견은 한마디로 참여정부의 가치가 담긴 부처와 위원회를 통폐합하거나 폐지하는 일에 자기 손으로 도장을 못 찍겠다는 것이다. 차기 정부가 정 뜻대로 하고 싶으면 출범 후에 알아서 하라는 얘기다. 임기를 고작 1개월 남겨둔 대통령의 마지막 투정 같기도 하고 새 정권과 국회, 국민에 대한 협박 같기도 해 볼썽사납다.

5년 전 노 대통령 자신이 그랬듯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도 그 자신의 가치와 철학, 신념을 담은 정부를 만들 권리가 있다. 그것이 지난 12·19대선에서 표출된 국민의 뜻이다. 새 정부조직의 성공 여부는 순전히 이 당선인에게 달렸고, 잘못되면 그 책임 또한 이 당선인이 진다. 이런 간단한 이치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철학을 새 대통령에게 강권하다시피 하는 것은 무례한 일이자 민의에 대한 모독이다.

노 대통령은 이제 그만 미련을 접고 새 정부가 국민의 환영 속에 대통령 취임과 함께 곧바로 가동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 그것이 국익을 위한 길이기도 하고, 물러나는 대통령으로서의 바른 도리이기도 하다.

신당도 마찬가지다. 따질 것은 따지되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 국민을 위하는 것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 4년 전 총선에서 전신인 열린우리당에 과반의석을 몰아준 것도 민의지만,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압승을 안겨준 것 또한 새로운 민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한나라당도 대선 민의만 믿고 독불장군처럼 행세해서는 곤란하다. 최대한 정부조직 개편의 정당성을 설명하고 상대방을 설득하되, 필요하면 대안을 모색함으로써 노 정권의 독선(獨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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