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의 회견은 한마디로 참여정부의 가치가 담긴 부처와 위원회를 통폐합하거나 폐지하는 일에 자기 손으로 도장을 못 찍겠다는 것이다. 차기 정부가 정 뜻대로 하고 싶으면 출범 후에 알아서 하라는 얘기다. 임기를 고작 1개월 남겨둔 대통령의 마지막 투정 같기도 하고 새 정권과 국회, 국민에 대한 협박 같기도 해 볼썽사납다.
5년 전 노 대통령 자신이 그랬듯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도 그 자신의 가치와 철학, 신념을 담은 정부를 만들 권리가 있다. 그것이 지난 12·19대선에서 표출된 국민의 뜻이다. 새 정부조직의 성공 여부는 순전히 이 당선인에게 달렸고, 잘못되면 그 책임 또한 이 당선인이 진다. 이런 간단한 이치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철학을 새 대통령에게 강권하다시피 하는 것은 무례한 일이자 민의에 대한 모독이다.
노 대통령은 이제 그만 미련을 접고 새 정부가 국민의 환영 속에 대통령 취임과 함께 곧바로 가동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 그것이 국익을 위한 길이기도 하고, 물러나는 대통령으로서의 바른 도리이기도 하다.
신당도 마찬가지다. 따질 것은 따지되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 국민을 위하는 것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 4년 전 총선에서 전신인 열린우리당에 과반의석을 몰아준 것도 민의지만,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압승을 안겨준 것 또한 새로운 민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한나라당도 대선 민의만 믿고 독불장군처럼 행세해서는 곤란하다. 최대한 정부조직 개편의 정당성을 설명하고 상대방을 설득하되, 필요하면 대안을 모색함으로써 노 정권의 독선(獨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