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총제-금산분리-수도권규제 ‘새정부 개혁 수술대’ 올라

  • 입력 2008년 1월 1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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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경기 안성시는 지난해 12월 세계적인 물류기업인 미국의 프로로지스와 원곡지역에 첨단 물류단지를 조성하는 내용의 투자협약을 맺었다. 프로로지스는 세계 20개국에 2500여 개 물류 관련 시설을 보유한 업체로 이번 투자 규모는 5억 달러(약 4700억 원)에 이른다. 이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조성단계에서 연 2500개, 운영단계에서 5000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유통단지 개발 물량을 제한하는 수도권 규제에 막혀 사업에 필요한 90만 m²의 터를 배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은 투자가 무산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2금호산업은 지난해 1월 자회사 11개와 손자회사 10개를 둔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지주회사는 순환출자보다 지배구조가 단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른바 ‘재벌 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금호산업은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또 다른 규제에 부닥쳤다.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 계열사를 보유할 수 없기 때문에 회사가 보유한 금호생명 지분을 4년 안에 정리해야 하는 것. 지주회사 요건이 이처럼 까다로운 것은 ‘경제력 집중’을 억제해야 한다는 정부 논리와 금산분리(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소유 제한) 정책이 맞물린 결과이지만 경제계는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이른바 ‘감춰진 조세(Hidden Tax)’로 불리는 규제가 대대적인 개혁 수술대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부터 정비해야 한다”고 밝힌 뒤 경제계에서는 ‘규제 빅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규제 빅뱅은 1986년 마거릿 대처 총리 시절 영국 정부가 대대적인 금융 개혁인 ‘금융 빅뱅’을 통해 런던을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거듭나게 한 것처럼 대폭적인 규제 개혁을 통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 투자 가로막는 3대 덩어리 규제

지난해 국무조정실의 요청에 따라 ‘규제개혁 로드맵’을 작성한 한국경제연구원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포함한 경제력 집중 억제 관련 규제 △금산분리를 포함한 금융 관련 규제 △수도권 규제 등을 투자를 가로막는 3대 덩어리 규제로 꼽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이미 출총제 폐지, 금산분리 완화 방침을 밝힌 만큼 덩어리를 이루는 나머지 규제에 대한 개혁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주선 한경연 규제연구센터 소장은 “출총제를 포함해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제도를 통해 이뤄지는 순환출자와 채무보증, 내부거래 제한에 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자산 2조 원 이상이면 상호출자제한, 10조 원 이상이면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해 각종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현재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적용하는 규제는 25개 법령, 50건으로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많다.

금융산업을 둘러싼 각종 규제도 시급한 개혁 대상이다.

한경연이 지난해 정부에 등록된 5000여 개의 규제를 조사한 결과 금융 관련 규제만 9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 ‘뜨거운 감자’ 수도권 규제

이명박 당선인은 “당장 수도권 규제를 풀지는 않겠다”고 말했으나 지방경제 활성화 대책과 병행해 궁극적으로 수도권 규제를 풀지 않고는 기업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경제계의 견해다.

경기 이천시의 하이닉스반도체 공장 증설 논란에서도 드러났듯이 수도권 규제는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저해하는 핵심 규제인 데다 당초 취지와 달리 기업이 지방이 아니라 해외로 떠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명선 경기도 투자진흥과장은 “수도권에 투자하려면 관련 규제가 이중, 삼중으로 얽혀 있어 담당 공무원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불합리한 규제는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한국에만 있거나, 경쟁국에 비해 과도하다’는 비난을 받아 온 규제도 개혁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강만수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는 최근 주요 경제연구소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경쟁국, 선진국에는 없는 규제는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전경련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계기로 양국 간 규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처방이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을 소매점에서 못 팔게 하는 등 한국에만 있거나 미국보다 과도한 규제가 46건이나 됐다.

정부 등록 규제 추이
연도규제(건)
20027724
20037837
20047846
20058017
20068084
20075025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07년 규제 5025건을 조사한 결과 1664건은 폐지 또는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남. 자료: 규제개혁위원회, 전경련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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