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인 “이젠 금융기관이 아니라 금융산업”

  • 입력 2008년 1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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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9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내 주요 금융계 인사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데이비드 에드워드 SC제일은행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금융권 최고경영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9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내 주요 금융계 인사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데이비드 에드워드 SC제일은행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금융권 최고경영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과거엔 입버릇처럼 ‘금융기관’이라고 했다. 이제는 ‘금융산업’이라는 용어가 많이 쓰일 만큼 인식이 바뀌었다. 한국 금융이 많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세계 순위는 30∼40위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한다.”

9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내 주요 금융계 인사들과의 간담회를 시작하면서 이같이 말하고 “오늘 얘기를 들으러 왔다. 하지만 여러분이 ‘정권이 안 바뀐 시점에서 이런 말 하면 어떻게 될까’ 하고 계산하면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여러분의 용기가 필요하다”며 솔직한 의견을 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당선인은 자리에 앉은 뒤 “여기 계신 분들은 얼굴만 봐도 다 알 만한 분이다. 우리(인수위)가 이분(금융인)들의 얼굴도 모르면 여기 앉을 자격이 없다. 가슴에 단 이름표를 떼자”고 말해 웃음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규제 획기적으로 풀겠지만 발전은 금융사 몫”

이 당선인은 금융산업 발전과 관련한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서울시장 할 때 서울을 동북아의 어느 일정한 부분의 금융허브로 한번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위해 금융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와 대화가 필요하지만, 사실 정부와 서울시가 원만한 대화를 하지 못했다. 새 정부는 금융산업을 발전시킬 환경을 만들겠다.”

그는 “국가 차원에서 글로벌 투자은행을 키워 나가겠다. 하지만 금융산업 발전은 스스로 해 주셔야 한다. 정부는 규제를 푸는 등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해춘 우리은행장은 러시아 진출 때 국내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는 데 1년 6개월 걸린 사례를 소개했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기업이) 새로운 도전에 나설 때 (정부는 개입을) 참아야 한다”며 “물은 100도가 돼야 끓는데 정부는 98도만 되면 들어온다”고 말했다.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은 “(규제를) 조금 더 개선(하는 수준)이 아니라 홍콩, 싱가포르와 견줘 밀리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영상취재: 서중석 동아닷컴 기자

○신한금융지주 회장, “대운하 주간사회사로 참여하고 싶다”

간담회의 사회를 맡은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호주 맥쿼리은행의 경우처럼 우리도 대형 국책사업이 대형 금융그룹 육성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국내 금융회사가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국제자금을 조달하는 주간사회사로 참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 소외자’의 신용회복 필요성에 공감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라 회장은 “미국의 마크 트웨인, 헨리 포드, 도널드 트럼프와 같은 분도 한때 파산했지만 ‘면책제도’의 혜택으로 재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신한은행에 500만 원 이하의 빚을 연체한 사람이 사회봉사활동을 하면 1시간에 3만 원씩 감면해 주는 사례도 소개했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이들은 여러 금융기관에 빚을 진 연체자여서 모든 금융회사가 힘을 합쳐야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금융이 미래 성장산업이다. 규제를 획기적으로 완화하고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며 “그 대신 금융회사도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달라”며 금융인들을 독려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시중 은행장 6명, 금융지주회사 회장 2명, 증권사와 보험사 사장 및 회장 7명 등 금융계 인사 15명이 각자 주어진 ‘5분 스피치’ 시간을 넘겨 발언해 간담회는 예정보다 40분 늦어진 오후 4시 10분경에 끝났다. 이 당선인은 인사말과 마무리 발언을 제외하고는 주로 금융인들의 발언을 적어 가며 경청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영상취재: 동아일보 이종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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