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 "TV토론 약점 보완하라"

  • 입력 2007년 12월 7일 15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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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 첫 TV토론으로 '안방'에 첫선을 보인 대선후보들이 토론과정을 '복기'하며 약점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겉으로는 제각기 "우리가 제일 잘했다"고 자평하면서도 캠프 내부는 토론 스타일이나 표정과 어조, 시선처리, 분장 등을 세심하게 따져보느라 분주하다.

TV토론은 정책적 비교우위를 검증하는 의미 못지 않게 후보의 이미지와 인상을 좌우하는 요소다. 이에 따라 각 캠프는 남은 두 차례 TV토론에서 '약점은 보완하고, 강점은 최대한 부각시키는' 전략 가다듬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명박 '기댄 자세' = 이명박 후보측은 과거 경선 때보다 한층 세련되고 여유있는 토론 스타일을 선보였다는 게 자체 평가다. BBK 사건의 굴레에서 벗어난 심리상태를 반영하듯, 시종 자신감있게 토론을 진행했고 조금의 '말 실수'도 없었다는 게 평가다. 박형준 대변인은 "만연체의 어조가 덜해졌고 메시지도 짧으면서도 명료하게 잘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시적으로나마 이 후보가 의자 등받이에 비스듬히 기대어 상대후보의 발언을 듣는 모습이 부적절하게 비쳤다는 지적도 캠프 주변에서 나온다. 상대 후보의 공격이 격해질 때는 표정이 다소 굳어지는 듯한 인상도 나타났고, 카메라 응시 등 시선 처리도 보완해야 할 대목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 대변인은 "상대 후보의 저질스런 공격은 아예 무시하는 게 최선"이라며 "어느 정도의 반격은 필요하지만 더 점잖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회창 '흡인력 부족' = 대선을 '3수'하고 있는 관록답게 여유있으면서도 반듯하고 의욕적인 지도자 모습을 잘 부각시켰다는 게 내부 평가다. 이명박 후보가 상대 후보들의 공격에 예민한 모습을 보이고 정동영 후보가 BBK 공격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회창 후보는 지도자로서의 이미지 선점에 성공했다는 얘기다.

반면 이 후보가 특별히 실수한 것은 없지만 유권자들을 끌어들이는 흡인력이 부족한 부분은 보완사항으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발언의 내용은 물론 몸짓이나 표정 등을 통해 이 후보만의 특성을 잘 살리면서도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한다는 캠프의 입장이다.

그러나 토론회 형식 자체가 일대일 토론이 아니라 사회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이 주류여서 비교우위를 드러내기 어려웠다는 점은 토론회 방식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김병호 의원은 "후보간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는 토론회 방법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동영 '분장 어색' =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부패 후보에 맞서는 '결기'를 보여줌으로써 유권자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고 자평했다.

김현미 대변인은 "전국민적 분노를 잘 표출했다"며 "지지층 결집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측근은 "할말을 시원하게 잘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눈 주변의 화장이 어둡게 비쳐지는 등 분장이 어색해 편안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주지 못한데다 토론 스타일이 너무 공격적이고 경직돼 있었다는 내부 지적도 적지 않다.

방송앵커 출신다운 유려한 언변보다는 '투사'와 같은 격정적 어조에 치중돼 있었다는 평가다. 토론시간을 초과하는 실수도 부분적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 후보측은 남은 TV토론에서는 할 말을 하는 결기를 보여주면서도 다소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쪽으로 토론 전략을 가다듬을 방침이다. 한 측근은 "더 많이 웃을 필요가 있고 유머 감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국현 '전달력 부족' = 문국현 후보는 기존 정치인들과는 달리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였다는 자평이다. 다만 다른 후보들이 내놓는 주장의 약점과 허점을 꼼꼼하게 짚으면서 정작 자신의 핵심 메시지 전달에는 부족했다고 보고 있다.

후보 단일화 문제 탓에 심적 압박을 받고 있고 결과적으로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는 바람에 '실력 발휘'를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다음 토론회까지 컨디션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보고 한편으로 핵심 메시지를 전달할 때는 분명하고 강한 어조로 유권자들에게 차별화된 인상을 심는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권영길 '무게감 약해' = 권영길 후보는 쉬운 말과 여유있는 토론 태도로 유연한 진보주의자 이미지를 부각시켰다는 자체 평가다.

다만 후보자간 상호토론이 이뤄지지 않아 시간끌기, 말바꾸기, 사실왜곡 등의 발언이 나왔을 때 즉각적인 반박이 이뤄지지 못한 점은 캠프측이 아쉬워하는 대목이다. 한 측근은 "쟁점사항에 대해 좀더 날카롭고 무게감 있게 대응하지 못한 면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캠프측은 남은 토론회에서 서민후보로서의 친근하고 쉬운 콘셉트를 살려가면서도 좀더 무게감 있게 임한다는 입장이다.

◇이인제 '튀는맛 없어' = 이인제 후보는 '프로'답게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대응한 게 돋보였다는 게 자체 평가다. 정동영 후보처럼 너무 공세적인 네거티브를 취하지 않았고, 민주당의 중도개혁주의 노선에 입각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선에서 정책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모범생처럼 토론에 임했고 '튀는 맛'이 없었다는 지적에 따라 자신감 있고 적극적인 자세를 다음 토론회에서 보여줄 계획이다. 정책 면에서도 신선하고 자극적 이슈를 잡아 이 후보의 존재감이 부각될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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