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사흘간 2000명 안아줬더니 추울때 따뜻해 좋네요”

  • 입력 2007년 12월 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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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30일 서울 노원구 노원역 롯데백화점 앞 유세장에서 ‘안아주세요’ 캠페인의 일환으로 한 여성 유권자를 얼싸안고 있다. 김동주 기자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30일 서울 노원구 노원역 롯데백화점 앞 유세장에서 ‘안아주세요’ 캠페인의 일환으로 한 여성 유권자를 얼싸안고 있다. 김동주 기자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날 수 있다면 이게 뭐가 불편하겠나.”

30일 오후 1시경. 낮 12시부터 서울 중구 명동 YWCA회관에서 열린 여성정책 토론회에 참석했던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 후보가 이동 중 차 안에서 점심을 먹으며 말했다.

오늘 점심 메뉴는 부인 민혜경 씨가 준비해 준 흰밥과 장조림 계란찜 김치 등이다.

정 후보는 다음 일정을 위해 강남으로 이동하면서 각종 자료를 훑어보며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점심을 해결했다.

○ 유세 차량은 회의실 겸 식당

정 후보의 유세에는 항상 검은색 카니발 8인승 승합차와 고급 승용차가 함께 움직인다. 정 후보는 승용차가 아닌 승합차를 탄다. 승합차를 뒤따르는 고급 승용차는 경찰 경호원들이 이용한다. 정 후보가 탑승하는 ‘지휘 차량’은 회의실, 탈의실, 식당 등 각종 목적으로 사용되는 ‘다목적’ 차량이다.

이날 오전 7시 반경 정 후보가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에서 나설 때 ‘지휘 차량’에 동승한 기자의 눈에 가장 먼저 띈 것은 참모들의 각종 보고서 묶음이었다. 조간신문과 방송의 보도 내용을 스크랩한 것과 이날 참석할 여성정책 토론회 자료 등이 쌓여 있었다. 정 후보는 아무리 바빠도 아침에 종합일간지 2개, 경제신문 1개는 가능한 한 정독을 한다고 했다.


촬영 : 김동주 기자

유세 현장으로 이동하면서 정 후보는 동승한 박영선 후보 지원실장과 이평수 후보 지원실 부실장, 김상일 공보수행팀장 등과 오늘 일정에서 소화해야 할 메시지 내용을 확인한다. 최재천 대변인과 노웅래 의원도 수시로 동석해 한나라당 동정이나 여론조사 동향에 대해 후보와 상의한다.

차 안 한편에는 정장과 니트, 와이셔츠 등이 7, 8벌 가지런히 걸려 있다. 현장 유세가 이어지면 옷은 마치 연예인처럼 차 안에서 갈아입는다. 음료수 수납대에는 녹차와 부인 민 씨가 늘 챙겨 주는 오미자차가 담긴 보온병이 놓여 있다. 햄버거 김밥 초콜릿 사탕 등의 간식도 손이 닿는 거리에 늘 비치돼 있다. 정 후보가 가장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가 햄버거다.

○ 스킨십 강조하는 정 후보 식 거리 유세

정 후보는 거리 유세 때 지나는 시민들과 악수보다는 포옹을 한다.

정 후보가 시민들과 스킨십을 강조하다 보니 경호원들은 지지자들의 ‘돌발적인 행동’이 늘 부담스럽다고 한다.

거리 유세 중에 한 아주머니가 “천지신령의 기를 듬뿍 받은 것”이라며 갑자기 정 후보에게 빨대를 꽂은 요구르트 병을 건넸다. 정 후보는 처음엔 “여러분, 우리 어머님에게 박수를 보내 주십시오”라고 사양했지만 “지금 먹어야 한다니까!”라며 4, 5차례 강권하는 아주머니의 부탁을 뿌리치지 못하고 빨대에 입을 대고 요구르트를 빨아먹었다.

옆에 선 경호원들은 후보에게 건네진 음식에 혹시라도 ‘이상한’ 것이 들어있을까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이었다.

정 후보는 이날 오후 노원역 사거리, 동대문 등 서울 지역 거리 유세 때 지하철로 이동하며 시민들을 만났다.

지하철에서 정 후보를 만난 중학교 3학년생 이모 양이 “엄마가 후보님을 좋아한다”며 휴대전화를 걸어 어머니를 연결해주자 “가족행복시대를 만들겠다.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전동차와 역사 안에서 20, 30대 젊은이들이 신기한 듯 휴대전화로 정 후보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자 정 후보는 일일이 어깨를 감싸 안으며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포즈를 취해 줬다. 젊은이들은 정 후보와 사진을 찍기 위해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지하철 동대문역에서 내린 정 후보는 지나던 시민들과 악수 또는 포옹을 하고 사진 촬영을 한 뒤 수행했던 당 소속 사진 기사에게 “같이 사진 찍은 분에게 e메일 주소를 확인해 사진 꼭 보내드리라”고 당부했다.


촬영 : 김동주 기자

○ “서로 안아 주세요”

정 후보의 유세는 일견 공개방송 같은 느낌을 준다. 정 후보가 등장하기 전 임종석, 정청래 의원 등이 짧은 연설과 함께 청중들을 단상으로 초대한다. 정 후보와 의원들은 연설에 앞서 이들과 포옹을 한다.

‘안아 주세요’ 캠페인에 시간을 보내다 보니 유세 시간은 늘 예정보다 지체된다. 악수와 눈인사만 하고 거리를 지나는 것보다 시간이 2, 3배는 더 걸리기 때문이다.

정 후보는 “처음 3일 동안만도 대략 2000명은 안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어깨가 아프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정 후보는 “신기하게 아픈 데는 없고, 추울 때 따뜻해져 좋은 점도 있다”고 말했다.

오후 9시가 넘어 동대문 유세를 끝으로 이날 유세 일정이 마무리됐다. 정 후보는 집에서 참모들과 TV토론 준비를 위해 1, 2시간 연습 및 토론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매일 4시간밖에 못 자는 강행군이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내가 후보들 중에서는 제일 젊지 않은가. 달리기로 하면 내가 1등”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거, 왜 기(氣)를 받는다는 말 있잖소, 사람 많이 모인 곳에 다녀오면 오히려 더 힘이 납디다”라며 웃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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