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5년’ 뭘 하겠다는건지… 국정 청사진을 보고 싶다

  • 입력 2007년 11월 24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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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보등록 D-1…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실종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 후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등 주요 대선 주자들은 최근까지 각 분야의 주요 공약을 발표해 왔다.

그러나 이 전 총재의 지각 출마와 이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 측 간의 당내 갈등으로 인한 한나라당 내홍, 공회전 끝에 무산된 대통합민주신당의 민주당과의 합당 추진, 김경준 씨 귀국으로 인한 ‘BBK 논란’ 등 각종 정치 변수에 떼밀려 이들 공약의 상당수는 구체적 내용이나 실현 가능성을 제대로 검증받지 못하고 있다. 일부 공약은 대강의 얼개만 갖추고 있을 뿐 현실화를 위한 ‘액션 플랜’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후보는 경선 과정부터 한반도 대운하, ‘대한민국 747’ 비전 등의 큰 그림을 내걸고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각 분야의 세부 정책을 제시해 왔다. 현재 4% 중반대의 경제성장률을 7%로 끌어올리기 위해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기업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평준화와 함께 수월성을 감안한 교육 여건 조성을 위해 △특성화 고교 300개 설립 지원 △영어교사 자격인정제 도입 등 영어 공교육 강화 △기초학력, 바른 인성 책임교육제 등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비대한 정부 개혁을 위해서도 현재 정부 조직을 ‘대(大)부처 대 국’ 체제로 개편하고 공무원 수도 현재 수준으로 동결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후보가 직접 선거대책위원회 내 경제살리기특위를 이끌고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 등 민·관계의 스타로 통하는 인사를 영입해 가며 야심 차게 준비한 이들 공약의 일부는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현실화될 경우 공무원 사회의 최대 이슈가 될 정부조직 개편 및 공무원 수 동결의 경우 현재 18부, 4처, 17청, 기타 17개인 중앙 정부 조직 중 어떤 조직이 통합 또는 개편 대상인지는 적시하지 못했다. “나중에 본격 검토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예산을 현재의 10%가량 줄이겠다는 정책도 어느 분야 예산을 줄이겠다는 것인지 설명이 없다.

정 후보는 대북정책과 교육 분야, 사회간접자본 설치 분야에서 자신만의 색깔이 담긴 공약을 지속적으로 발표해 왔다.

남북을 잇는 대륙철도를 임기 중 부설해 부산과 파리를 철도로 연결하겠다는 것과 개성공단 같은 제조업 생산기지를 북한에 추가로 50, 60개 짓겠다는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주변국가의 의지가 가장 필요한 만큼 이러한 ‘구호성 공약’에 앞서 외교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로드맵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교육 분야에서는 더 ‘화끈한’ 정책이 눈에 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고교졸업자격시험으로 돌리는 대신 학생 선발은 학교생활부 위주로 하겠다는 것이나 모든 초중고교에 영어 랭귀지 스쿨을 설립해 ‘영어교육 국가 책임제’를 이루겠다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다양한 수행평가나 실기평가 등이 수반되는 내신성적 산출에 학부모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입시폐지’는 오히려 교육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려대 권대봉 교수는 “한편으로는 대학행정 자율화를 외치면서 대입제도는 일괄적으로 묶으려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31조 원의 교육예산을 71조 원으로 2배 넘게 올린다는 공약과 관련해서는 어떻게 재원을 확보할 것인지가 언급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전 총재는 부문별 구체적인 공약을 아직 발표하지 않은 대신 12가지 기본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우선 ‘남북관계를 바로잡겠다’는 기조하에 “상호주의와 국제 공조로 북핵 폐기와 북한의 개방·개혁을 유도하겠다”며 “북핵 폐기는 물론 이산가족 납북자 국군포로 등 인도적 문제 해결도 대북 지원, 남북 경협과 연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동시에 “북한 땅 민둥산에 나무를 심고 땔감이 없는 북한 주민들에게 겨울철 난방장치와 연료를 지원하겠다”고 밝혀 위의 기조와 모순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전 총재의 공약 중에는 △출산 후 만5세까지의 보육비 국가 책임 △국가장학기금 신설로 저소득층 학생의 등록금과 취업준비 교육비용 지원 △보훈기금 확대 등 재원이 들어가는 공약도 적지 않다. 그러면서도 △모든 세금에 물가연동제를 도입해 세금 인상 억제 △저소득층의 부가가치세와 특별소비세 부담 경감 △정규직 신규 채용 시 법인세 감면 등 10조 원가량의 감세도 약속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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