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어머니… 범상치 않은 ‘BBK가족’

  • 입력 2007년 11월 23일 03시 07분


코멘트
LA공항 탑승 수속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 씨의 어머니 김명애 씨(가운데)가 21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국제공항에서 다음 날 오전 1시 10분 한국으로 출발하는 대한항공 KE 016편 비행기 탑승을 위해 수속을 밟기 전 취재진을 만났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LA공항 탑승 수속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 씨의 어머니 김명애 씨(가운데)가 21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국제공항에서 다음 날 오전 1시 10분 한국으로 출발하는 대한항공 KE 016편 비행기 탑승을 위해 수속을 밟기 전 취재진을 만났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경준씨 어머니 오늘 서울 도착

구속된 김경준 씨의 어머니 김명애 씨가 23일 오전 귀국할 예정인 가운데 김 씨 가족의 잇따른 ‘BBK 행보’가 치밀한 계산에 따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에서 “범여권이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검찰 중간 수사 결과 발표 예정일 전후 귀국

김경준 씨의 어머니 김 씨가 돌연 검찰이 이 사건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 예정일(후보등록 개시일인 25일 전)로 정한 시점을 전후해 귀국하는 배경에 우선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검찰이 다시 후보등록일 전에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 어렵다고 밝힌 점에 주목하고 있다.

즉, 수사 결과 발표가 어려운 만큼 김 씨 어머니가 귀국한 뒤 검찰에 ‘이면계약서’를 제출하는 이벤트 등을 통해 BBK 관련 여론을 유리하게 조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김경준 씨의 누나 에리카 김 씨는 이날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어머니 외에 다른 사람도 귀국하느냐”는 질문에 “아직 정하지 않았다”며 김 씨 가족의 추가 귀국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에 나 대변인은 “김경준 씨의 아내 이보라 씨가 별 내용 없는 기자회견을 한 마당에 김 씨가 송환된 지 정확히 1주일 뒤에 이번에는 김 씨의 어머니가 순차 입국해 관련 의혹을 제기하겠다는 것은 가족 사기단의 예고된 사기 행보”라고 말했다.

○ 뒤늦은 이면계약서 제출

에리카 김 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4개의 계약서 중 한글 계약서에는 ‘이 후보가 소유하고 있는 BBK 주식’이라는 내용이 쓰여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왜 하필이면 그 서류를 23일 검찰에 제출하느냐를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씨 가족은 그들이 갖고 있다는 계약서를 검찰에 제출하거나 언론에 공개할 기회가 적어도 세 차례 있었다. 김 씨가 송환될 때 가져와 검찰에 낼 수도 있었고, 에리카 김 씨가 최근까지 김 씨의 변론을 맡았던 박수종 변호사에게 보낸 10kg가량의 서류 소포에 첨부할 수도 있었고, 전날 이보라 씨의 기자회견에서도 공개할 수 있었다. 전날 이 씨의 기자회견에서 배석했던 변호사가 계약서 사본의 앞장과 뒷장만 대강 보여 줬다.

이에 대해 에리카 김 씨는 “계약서는 너무 중요한 서류라서 파손의 위험 등을 고려했고 이 서류를 제출하라는 요구가 없어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측은 한국 검찰의 ‘법적 손길’이 닿지 않는 미국에서 쏟아낸 일방적 주장으로 관련 의혹이 증폭되자 이면계약서 카드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을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

나경원 대변인은 “지난해 이 후보의 큰형과 처남이 대주주인 다스가 김경준 씨와 벌인 민사소송 과정에서 (계약서를 포함한) 이 후보 관련 모든 서류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며 에리카 김 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러나 에리카 김 씨는 이날 “어머니가 진본 계약서 외에 다른 것도 가지고 귀국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촬영 : 전영한 기자

이와 함께 에리카 김 씨가 전날 자청한 기자회견에는 올케인 이보라 씨를 내세운 뒤 정작 이날부터 국내 언론과 잇따라 인터뷰를 갖는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에리카 김 씨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이례적으로 40여 분간 이 후보 관련 의혹 등에 대해 인터뷰했다.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가족 사기단’이 벌이는 치밀한 공작의 일환”이라고 비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