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회견, 그녀도 원본도 없었다

  • 입력 2007년 11월 2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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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전 BBK 대표의 아내 이보라 씨가 2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윌셔플라자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견문을 읽는 동안 변호인 에릭 호닉 변호사가 이명박 후보의 친필 서명이 들어 있다는 이면계약서 사본의 첫 장과 마지막 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공종식 특파원
김경준 전 BBK 대표의 아내 이보라 씨가 2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윌셔플라자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견문을 읽는 동안 변호인 에릭 호닉 변호사가 이명박 후보의 친필 서명이 들어 있다는 이면계약서 사본의 첫 장과 마지막 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공종식 특파원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와 투자자문회사 BBK 관련 3대 의혹의 진실을 밝힐 ‘이면계약서’ 등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던 김경준(41·구속) 씨 측이 약속과 달리 계약서 공개를 거부하고 말 바꾸기를 계속함에 따라 김 씨 측 주장의 신빙성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 씨의 아내 이보라 씨는 21일(한국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BBK는 이 후보의 소유이며 이를 입증하는 이면계약서 4건의 원본들을 23일까지 한국 검찰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후보의 거짓말을 입증하겠다고 예고했던 김 씨의 ‘후견인’이자 누나인 에리카 김 씨는 이날 회견장에 나타나지도 않았고, BBK가 이 후보 소유임을 증명하는 근거라고 주장해 왔던 이면계약서 원본은 아예 공개조차 되지 않았다.

이 씨는 단지 4가지 이면계약서에 대해 “한글 계약서는 이 후보가 BBK를 소유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고 나머지 3개 영문 계약서는 ‘EBK증권중개’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LKe뱅크, 이 후보, 김경준과 e뱅크코리아 간의 계약서들”이라고 주장했을 뿐이다.

이 씨 측은 이날 4가지 이면계약서의 ‘사본’이라는 문건들의 표지와 뒷장의 서명란을 잠시 취재진에게 보여 주고는 다시 집어넣었다.

그러나 에리카 김 씨는 전날 한 언론과의 회견에서 이 씨의 주장과 달리 “이면계약서는 모두 3종류로 경준이가 한국에 송환될 때 한국 검찰에 제출했다”고 말해 계약서 수조차도 일치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 후보와 김 씨가 체결했다는 이면계약서의 원본이 실제 존재하는지와, 이 씨가 23일까지 한국 검찰에 제출하겠다고 한 이면계약서의 조작 가능성 등에 대한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이 씨는 또 “김경준과 이 후보가 만난 시점은 (이 후보의 말과 달리) 1999년 초”라면서 “이 후보의 최측근인 이진영 씨가 서울에서 미 연방검사에게 ‘이 후보가 (BBK의 지주회사 격인) e뱅크코리아의 대표이사로 기재된 명함과 사진이 실린 홍보물은 실제 존재했던 자료들’이라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한나라당이 김 씨가 2000년 초 이 후보의 측근 김백준 씨와 처음 접촉해 LKe뱅크 설립을 제안하면서 작성했다는 ‘친필 메모’를 공개하며 이 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와 함께 김 씨 가족은 BBK 사건과 관련해 계속 말을 바꾸고 있어 발언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 씨는 당초 귀국 후 이 후보와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고 말했다는 것이 아버지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김 씨는 정작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됐던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조차 포기했고, 아내와 에리카 김 씨는 한국의 치외법권 지역인 미국에서 증거조차 제시하지 않은 채 언론을 통해 일방적인 주장을 계속 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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