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이후 평양…붉은색 핵구호 자리엔 경제재건 구호

  • 입력 2007년 11월 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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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석교회서 미국인 예배… 북-미 화해분위기 실감

노동신문, 한나라 집권반대 남측단체 주장 소개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진행되면서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 교류 협력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핵실험 직후인 지난해 11월 평양을 방문했던 본보 신석호 기자가 대북 인도적 지원 활동을 하고 있는 기아대책 방북단을 따라 꼭 1년 만에 현지를 다시 찾았다.

일요일인 4일 오전 9시경 평양시 만경대 구역에 있는 칠골교회 안에 미국인 남자 다섯 명의 힘찬 영어 찬송이 울려 퍼졌다.

“Faith is the victory, Faith is the victory, Oh glorious victory, That overcomes the world(믿음이 이기네, 믿음이 이기네, 오 영광스러운 승리여, 믿음이 온 세상을 이기네).”

목소리의 주인공인 로브 로빈슨 장로 등은 미국 구호단체 ‘한국의 기독교 친구들(Christian Friends of Korea)’의 방북단 일행이었다. 황해북도 사리원시와 황해남도 해주시 등에서 인도적 지원 사업을 하기 위해 전날 입국했다가 예배를 온 것.

황민우 담임목사는 예배당을 메운 북한 주민들에게 이들을 소개하고 한국어와 영어로 예배를 진행하는 등 정중하게 대접했다.

칠골교회는 김일성 주석의 어머니 강반석이 다니던 곳이어서 반석교회로도 부른다. 이 교회에서 미국인이 예배를 본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북-미 화해 분위기를 실감케 하는 장면이었다.

핵실험 직후인 지난해 11월 평양 거리는 온통 붉은색 핵 구호로 덮여 있었지만 1년 뒤의 거리는 조용했다. 반미 구호는 없었고 선군(先軍) 정치와 경제 재건을 강조하는 구호만이 간간이 눈에 들어왔다.

경협 기업들과 인도적 지원 단체들도 남북 정상회담 이후의 호기를 맞아 바쁘게 움직였다.

3일 평양행 고려항공 비행기에서 받아 본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에는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모녀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나란히 앉아 찍은 사진이 크게 실렸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도 민간단체의 방북단 자격으로 3일 입국해 평양과 묘향산 일대를 둘러봤다.

국내 굴지의 건강진단 전문기관인 한국의학연구소(KMI) 이규장 회장과 관련 의료기기 업체 사장단 등 7명은 기아대책과 북측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가 짓고 있는 평양시 낙랑섬김인민병원에 진단기기 및 의료체계를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장비만 주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병원 전체를 잘 운영해 많은 사람들이 질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평양 시민들도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며 바쁘게 거리를 오갔다. 굽이 높은 중국산 검정 가죽 구두가 여성들 사이에 인기였다. 서비스 업소나 상점에도 사람과 물건이 늘어난 듯했다.

북한 당국은 2002년 7·1 경제관리 개선조치 이후 돈을 가진 개인 등 경제주체들의 소비를 권장하고 기능이 멈춘 국영상점의 운영권을 자금과 경영 능력이 있는 공장 기업소나 개인들에게 넘겼다.

당국은 동시에 시장이용료와 부동산세 등 세금을 만들어 재정 확충을 꾀했다. 평양시 중구역인민위원회의 문화보존관리소는 대동강 옆 성곽의 대동문을 보수 정비한 뒤 어른은 북한 돈으로 50원, 중학생 이하는 25원의 이용료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변화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도 감지됐다. 4일 칠골교회에서 설교를 한 북한 봉수교회 손효순 담임목사는 “미국은 세계를 손안에 쥐려고 했다”며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비난했다.

3일자 노동신문은 5면에 “부패 타락한 한나라당을 반드시 심판할 의지”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한나라당의 집권을 반대하는 일부 남측 단체들의 주장과 활동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평양=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기아대책’ 대북 보건의료-물 지원사업 벌여

기아대책(회장 정정섭)은 1994년부터 대북 인도적 지원을 시작해 현재는 보건의료와 맑은 물 지원, 어린이 영양 증진 사업 등을 하고 있다. 지난해 착공한 낙랑섬김인민병원은 남한 단체가 지원하는 북한 내 첫 종합병원으로 현재 3층 골조공사를 끝냈다(사진). 후원 연락처 02-544-9544(내선 240), ARS 060-700-0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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