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서 뽑힌 후보외 지지 안한다” 했지만…아리송한 盧心

  • 입력 2007년 10월 27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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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홍보수석실 명의로 “경선에서 선출된 후보 외에 지지할 후보가 없다”고 밝혔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 표명이지만 ‘노심(盧心)’의 향배를 드러냈다기보다는 정치권의 각종 억측을 차단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는 관측이 많다.

노 대통령이 정치 원칙의 문제를 들어 절차를 통해 선출된 정 후보에게 ‘딴죽’을 거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치권에선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과의 연대설 등이 무성했다.

정 후보에 대해서는 거듭 열린우리당을 깬 데 대한 원칙 훼손을 거론하며 ‘흔쾌하지 않은 지지’란 속내를 비쳤고, 문 전 사장에 대해서는 “아직은 잘 모르는 후보”라며 판단을 유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범여권에선 노 대통령의 언급을 대선 후보보다는 친노(親盧) 세력에 던지는 메시지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친노 인사들에게 일단은 정 후보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이뤄 후일을 기약하라는 ‘신호’라는 것이다.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과정에서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꼴찌’ 기록으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 친노 세력은 정 후보가 선출된 이후 진로를 정하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다. 일부 친노 인사들은 문 전 사장 캠프에 합류했다.

대선을 넘어 내년 총선 때도 정치활동을 계속할 것으로 관측되는 노 대통령으로서는 지지세력의 정치적 입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후보를 흔드는 것은 노 대통령이 강조해온 ‘정치 원칙’에 어긋나는 만큼 정 후보를 중심으로 뭉치라는 뜻 아니겠느냐”며 “범여권에서 대선 이후 현재 구도로 총선을 치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했다. 대선과 총선은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하튼 범여권의 대주주인 노 대통령의 언급으로 정 후보는 힘을 받게 됐다. 당장 친노 인사들의 캠프 합류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정 후보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후보가 된 사람에 대해 원론적 견해를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계승이냐, 차별화냐’ 사이에서 계산기를 두드려야 하는 범여권 대선 후보라는 특성상 노 대통령과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를 유지하되 ‘지원군 확보’라는 실속은 일단 차리겠다는 구상인 듯하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은 정 후보의 태도를 봐가며 ‘노심’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문 전 사장은 세(勢) 결집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그러나 문 전 사장은 “과거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이란 걸 입증한 것이어서 고맙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말을 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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