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조 경협’위해 국방비 깎고 세금 더 걷고

  • 입력 2007년 8월 1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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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송전탑정부가 올해 안에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고 2006∼2015년 10년 동안 남북 경협을 위해 남측이 최소 59조9400여억 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개성공단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설치한 평화변전소와 철탑의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개성공단 송전탑
정부가 올해 안에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고 2006∼2015년 10년 동안 남북 경협을 위해 남측이 최소 59조9400여억 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개성공단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설치한 평화변전소와 철탑의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 정부 ‘남북경협 재원조달 보고서’ 논란

정부가 한국산업은행에 의뢰해 작성한 ‘중장기 남북 경협 추진을 위한 재원조달 방안’ 보고서를 보면 정부는 오래전부터 노무현 대통령 후반기에 제2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염두에 두고 남북 경제협력사업 소요 재원을 계산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핵심인 재원 조달 방안은 국민의 조세 저항이 예상되거나 군사비의 예산 전환 등 한반도 비핵화가 일정 수준 담보되기 전까지는 실현되기 어려운 방식 등으로 채워져 있다.

그래서 정부가 ‘노 대통령의 임기 내 2차 정상회담 개최’라는 목표에 급급해 경협 프로젝트를 마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보고서 중 일부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거론됐지만 2차 남북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작성됐다는 점 등 핵심 쟁점 사항이 공개되지 않아 공론화되지 못했다.

○어떤 사업에 언제 얼마나 쓰나

정부는 보고서에서 올해 안에 2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고 2006년부터 남북 경협 재원을 투입하되 북한 핵이 사실상 폐기될 것으로 예상되는 2011년부터 돈을 집중 투입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사업별로 보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는 10년 동안 총 14조114억 원을 남측에서 북한에 투입한다고 밝히고 있다.

SOC 사업은 3대 남북 경협 중 하나인 경의선, 동해선 및 도로 연결 사업을 위주로 북핵 해결 진도에 따라 북한의 도로 항만 통신 등 인프라 전반으로 확대한다고 돼 있다.

1단계(2006∼2007년)에는 4420억 원을 투입한 뒤 2단계(2008∼2010년)에 3조420억 원, 3단계(2011∼2015년)에는 나머지 10조5274억 원을 집중 투입한다는 것.

6자회담의 진척 여부와 연동된 대북 에너지 지원 사업 재원은 최대 10조37억 원으로 예상했다.

가장 많은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는 분야는 북한 산업 정상화 사업이다. 총 20조166억 원으로 예상되는 이 사업도 3단계(12조2349억 원)에 자금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재원 조달 방안

정부의 ‘2006∼2015년 남북 경협 재원 프로젝트’는 이러한 단계적이고 입체적인 경협 계획과 함께 자금 조달 방안은 비현실적 요소가 많다는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우선 전체 자금 59조9480억 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남북경협지원채권(가칭) 발행을 통한 16조5000억 원과 증세(增稅)를 통한 13조7000억 원.

보고서는 증세와 관련해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보다 조세부담률(전체 세금을 국내총생산으로 나눈 것)이 낮기 때문에 내국세율 조정 등으로 13조7000억 원을 조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각종 복지 예산 증가로 2004년 19.5%, 2005년 20.2%, 2006년 20.7%(추정)로 계속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소득 대비 세금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

남북경협지원채권 발행은 국가의 재정 건전성 악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방식은 정부가 국채 발행을 통해 이자를 내고 돈을 빌리는 것이기 때문에 원금과 이자의 일정 부분은 나랏빚인 ‘국가채무’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김대중 정부 마지막 해인 2002년 133조6000억 원이던 국가채무는 현 정부 들어 165조7000억 원(2003년)→203조1000억 원(2004년)→248조 원(2005년)→282조8000억 원(2006년)→301조1000억 원(2007년·추정)으로 매년 늘고 있다.

보고서도 증세와 국채 발행을 통한 재원 마련을 제안하면서도 각각 “조세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며 ‘퍼 주기 논란’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한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군사비의 예산 전환으로 5조8000억 원을 마련하겠다는 것도 ‘장밋빛 전망’을 바탕으로 계산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 예산 중 일부를 경협에 쓰겠다는 것으로 북측의 군사 위협이 실질적으로 감소되어야 실현 가능하기 때문.

한양대 나성린(경제금융학) 교수는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한 뒤 국민적 합의를 거쳐 경협을 위한 재원 조달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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