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해명 때 안나온 해외파트가 부동산자료 열람

  • 입력 2007년 8월 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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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정보 조회’ 국정원 해명 의문

국가정보원이 지난해 8월 한 달 동안에만 2924건의 개인 정보를 열람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정원이 과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처럼 광범위한 감시를 해 왔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해외 업무 담당인 국정원 1차장(김만복 현 국정원장) 산하 부서가 개인 정보 열람 기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 처남 김재정 씨의 부동산 자료 열람 논란이 불거졌을 때 밝혔던 해명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드러나는 등 의혹이 커지고 있다.

국가 최고정보기관의 특성상 업무 전모를 공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중립 시비에 휘말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국정원의 정확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해외 담당하는 국정원 1차장이 왜?=국정원은 그동안 “2006년 8월 이 전 시장 처남인 김재정 씨의 부동산 자료를 열람 조사한 ‘부패척결 태스크포스(TF)팀’은 국내 업무를 담당하는 2차장 산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2차장(이상업) 산하 부서에서는 부동산 자료를 열람했다는 기록이 없다. 2차장 산하 부서에서는 주민등록 정보 19건만 본 것으로 돼 있다.

반면 해외 업무를 담당하는 1차장 산하에서 토지(임야)대장 284건과 토지등기부 3건을 확인한 것으로 나와 있다.

국정원이 부동산 자료를 열람한 통로로 이용했다는 ‘지적정보시스템’의 자료는 이 통계에 포함되지 않지만 과거의 부동산 거래 명세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행정정보공동이용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

이를 열람한 5급 직원 고모 씨가 이 전 시장과 관련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소재 부동산 명의인을 확인하기 위해 자료를 열람했다고 밝힌 점에 비춰볼 때 이 전 시장이 부동산을 구입한 1977년 이후의 거래 명세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행정정보공동이용시스템’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게 이 의원 측 주장이다.

이 때문에 당시 김승규 원장과의 마찰설과 청와대와의 교분설이 나돌던 김만복 1차장이 ‘부패척결 TF팀’을 관리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만복 국정원장은 부산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김 원장은 지난해 11월 국정원 1차장을 맡은 지 7개월 만에 국정원 창설 45년 만에 처음으로 내부 출신 원장으로 임명됐다.

한나라당은 국정원이 ‘부패척결 TF팀’을 처음 만들었다고 밝힌 2004년 5월 당시 김 원장이 기조실장이었기 때문에 업무의 연속성을 감안해 이상업 2차장과 함께 TF팀을 관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해외 업무를 담당한 1차장 산하에서 왜 국민의 개인 정보를 대부분 열람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국정원은 “조직 및 업무 수행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어 구체적으로 답변하기가 어렵다”고만 답했다.

▽얼마나 광범위하게 봤나?=국정원이 지난해 8월 열람한 2924건을 근거로 1년 치를 추산하면 수치상 3만5000여 건에 이른다. 그러나 여기에는 행정자치부에서 제공하는 4가지 자료의 통계만 포함됐다.

국정원이 전산망을 통해 법무부의 출입국 기록, 중앙인사위원회의 공무원 인사 기록, 병무청의 병적 자료, 국세청의 소득·사업자 등록 자료 등 14개 기관의 17개 항목에 대해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이 지난달 밝혀진 것을 감안할 때 국정원이 많게는 수십만 건의 개인 정보를 열람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국정원법 3조에서 정의한 국정원의 직무 범위는 △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 등 보안 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 △국가기밀에 속하는 보안 업무 △내란·외환·반란·암호부정사용죄 등에 대한 수사 △국정원 직원의 범죄에 대한 수사 △정보 및 보안업무의 기획·조정 등으로 한정돼 있다.

▽지난해 8월 이전에는 사실상 마음대로 열람 가능=국정원이 부동산 관련 개인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방법은 ‘지적정보시스템’과 ‘행정정보공동이용시스템’ 두 가지다.

8가지 항목의 토지 소유 현황을 알 수 있는 ‘지적정보시스템’은 국정원이 요청할 경우 행자부가 자료를 제공하고 있고 ‘행정정보공동이용시스템’은 극히 제한된 국정원 직원이 42개 자료 중 주민등록 정보와 호적 정보 두 가지만 볼 수 있다.

그러나 ‘행정정보공동이용시스템’이 적용되기 전인 지난해 8월까지 운영된 전자정부 ‘G4C공유시스템’에서는 국정원은 물론 다른 기관들도 정보 접근이 허락된 직원들은 행자부에 따로 신고를 하지 않아도 기관의 업무와 관련된 24종류의 자료에 마음대로 접근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행자부 관계자는 “‘G4C공유시스템’의 문제점을 개선해 지난해 9월부터 시행 중인 ‘행정정보공동이용시스템’에서는 국정원도 호적 정보는 대법원, 주민등록 정보는 행자부 주민제도팀의 승인을 받아야만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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