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개업? 위장개업!…범여권 대통합 신당 ‘무늬만 신당’

  • 입력 2007년 7월 25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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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가칭)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식에서 선출된 창준위 공동위원장들이 서로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정균환 전 의원, 오충일 목사, 김상희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장, 김한길 중도통합민주당 공동대표, 정대철 전 의원, 김호진 전 노동부 장관. 신원건  기자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가칭)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식에서 선출된 창준위 공동위원장들이 서로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정균환 전 의원, 오충일 목사, 김상희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장, 김한길 중도통합민주당 공동대표, 정대철 전 의원, 김호진 전 노동부 장관. 신원건 기자
열린우리당 ‘친노’ 그룹의 유인태 김형주 서갑원 조경태 의원과 송영길 의원(가운데 연단에 서 있는 사람) 등 15명이 24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열린우리당 탈당 및 대통합신당 창당준비위원회 합류를 선언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열린우리당 ‘친노’ 그룹의 유인태 김형주 서갑원 조경태 의원과 송영길 의원(가운데 연단에 서 있는 사람) 등 15명이 24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열린우리당 탈당 및 대통합신당 창당준비위원회 합류를 선언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중도통합민주당의 김효석(가운데 연단에 서 있는 사람) 이낙연 신중식 채일병 등 현역 의원 4명과 정균환 김영진 심재권 전 의원 등이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합신당 창당에 참여하겠다”며 탈당을 선언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중도통합민주당의 김효석(가운데 연단에 서 있는 사람) 이낙연 신중식 채일병 등 현역 의원 4명과 정균환 김영진 심재권 전 의원 등이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합신당 창당에 참여하겠다”며 탈당을 선언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24일 발족한 범여권의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가칭) 창당준비위원회는 열린우리당과 중도통합민주당을 흡수해 범여권의 단일 대통령후보를 내놓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창당준비위 결성식엔 손학규 전 경기지사,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한명숙 전 국무총리,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김혁규 의원,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 대선주자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신당 창당준비위엔 열린우리당과 통합민주당에서 탈당한 의원 등 84명의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원내 제2당이 될 수 있는 규모다.

여기에 25일 통합민주당을 탈당할 것으로 알려진 김홍업 의원도 가세할 방침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 의원의 신당 참여는 김 전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또 통합민주당 소속인 박광태 광주시장과 박준영 전남지사도 탈당해 신당에 참여키로 했다. 이에 따라 통합민주당은 현역 의원 9석의 군소정당이 되면서 약세를 면치 못하게 됐다.

신당 창당준비위는 일단 의석 수가 73석에서 58석으로 축소된 열린우리당과의 통합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달 5일 창당대회를 하기 전까지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게 목표다. 유시민 의원 등 열린우리당 내 친노(親盧)그룹은 신당이 열린우리당의 해체를 요구하지 않고 ‘당 대 당’ 통합을 하려 한다면 응할 자세다.

신당 측은 통합민주당과의 통합도 계속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그러나 통합민주당은 열린우리당이 해체하지 않고 참여하는 신당엔 동참할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또 신당 내 정치권 출신과 시민사회단체 측이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공동창당준비위원장과 창당준비위 중앙위원의 비율을 각각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측에서 ‘1 대 1’의 비율로 나눠 맡은 데 대해 정치권 출신 사이에선 “정치력이 떨어지는 시민사회단체가 뭘 할 수 있느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창당준비위 결성식에선 공동창당준비위원장으로 정치권에서 정대철 전 열린우리당 고문, 통합민주당 김한길 공동대표, 정균환 전 의원 등 3명과 시민사회단체 측에서 오충일 국가정보원 과거사진실규명위원장, 김호진 전 노동부 장관, 김상희 전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 등 3명이 선출됐다.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범여권 신당 창준위 발족

열린우리와 통합 추진 통합민주 반발이 변수


▲ 동영상 촬영 : 신원건 기자

24일 열린우리당과 중도통합민주당을 탈당함과 동시에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가칭)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식에 참여한 의원 19명은 기자회견에서 ‘무거운 책임의식’, ‘살을 도려내는 고통’, ‘피를 토하는 심정’이라는 등의 표현을 썼다. 대통합의 대의(大義)를 위해 희생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무엇이 희생인지, 무엇을 명분으로 한 신당인지 헷갈린다는 의견이 많다. 실체는 그대로인데 포장만 새로 한 위장극(僞裝劇)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진짜 창당 이념은?=가칭이긴 하지만 무려 11글자짜리 정당이 발족을 앞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표방하려는 가치가 너무 많다.

범여권은 즐겨 쓰던 ‘진보’라는 개념을 언제부턴가 쓰지 않는다. 그 대신 ‘보수’ 색채만 아니라면 민주, 평화, 선진, 미래, 창조, 중도, 개혁, 대통합 등을 가리지 않고 갖다 쓰고 있다.

창준위는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외관을 확 바꾸려 하고 있지만 범여권의 실체는 그대로다.

신당에 합류한 열린우리당 출신의 한 재선 의원은 “신당의 본질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공통분모를 묶은 ‘대통합’이다. 어차피 선거 국면이 본격화되면 시민단체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위장전입?=통합민주당의 김한길 공동대표와 의원 20명은 당적을 보유한 채 신당 창준위에 동참했다. 민주당을 다시 탈당했다는 비난을 희석시키면서 대외적으로는 신당에 몸담았다는 이미지를 선보이기 위해 향후 보름여 동안은 사실상 이중 당적으로 지내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는 ‘큰 뜻’을 주장하는 의원들의 선택치고는 편법을 넘어 ‘꼼수’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2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미래창조연대는 지금까지 따로 창준위 등록도 하지 않았다. 2000여 명의 각계인사가 참여한 가운데 8일 ‘창준위 발족식’까지 가진 미래창조연대가 보름이 지나도록 선관위에 정식 등록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출범부터 신당과의 통합 창준위를 전제했다는 논리로 비치는데, 그럴 바에야 굳이 왜 공개적인 발족식까지 열었는지 의문이 남는다.

▽민주정치 구현?=민주주의 발전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범여권 신당에서 ‘대통합’을 정당정치, 대의정치보다 상위에 있는 가치로 인식하는 것도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결국 국민의 30%는 우리(범여권)를 찍게 돼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정파 관계자들도 “통합신당 후보가 갖춰지면 호남은 결국 우리를 밀게 돼 있다”고 호언한다.

정권의 실적을 선거로 평가받는 기본 가치는 무시한 채 범여권에 대한 특정 지역과 계층의 지지는 ‘무조건 세습’임을 공언하는 발언인 셈이다. 이는 ‘지역주의 타파’를 강조하던 범여권의 평소 기조와도 완전히 어긋난다.

통합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입버릇처럼 ‘현재의 여론과 지지도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신당 대선주자들도 대의정치, 절차적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대선 예비후보는 “범여권은 지난 4년간 맛없는데 가격도 비싸고, 고객서비스 엉망에, 위생상태까지 엉망인 음식점으로 고객들에게 외면당했으나 이름만 바꿔 다시 위장개업하려 한다”며 “국민이 두 번 속지 않기 때문에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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