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청문회 D-1… 李·朴 '긴장의 리허설'

  • 입력 2007년 7월 18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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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검증청문회를 하루 앞둔 18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한 모습이다.

지난 주말부터 실전을 방불케 하는 연습을 수차례 반복하며 막판 준비작업에 총력을 기울인 양 캠프는 이날도 '청문회 준비팀'을 중심으로 최종 점검에 나섰고, 주최측인 당 검증위원회도 백범기념관에서 리허설을 갖는 등 하루종일 분주히 움직였다.

8·19 경선을 정확하게 한달 앞두고 열리는 이번 청문회는 종반 판세를 판가름할 중대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당 안팎의 커다란 관심을 모으고 있으나, 당 안팎에서는 '맹물 청문회'가 될 것이라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이명박 "수성" vs 박근혜 "역전"

이 전 시장은 이날 율사 출신의 주호영 비서실장을 비롯해 방송인 출신의 전여옥 박찬숙 의원, 이동관 공보실장, 법률특보단 등과 함께 실전연습 등 막판 준비에 구슬땀을 흘렸다.

그는 특히 100개가 넘는 검증위의 예상 질문서와 실무진에서 준비한 답변서를 직접 검토하면서 TV 생중계에 대비한 '과외수업'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오후 늦게까지 청문회 리허설을 갖고 사실상 '출전태세'를 마무리한 박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TK) 지역을 방문, 그동안 각종 검증 공세에 시달린 이 전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를 보였다.

그는 그러나 이날 이동 중에도 승용차 내에서 자료를 꼼꼼히 챙겨보며 생각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캠프 관계자가 전했다.

이처럼 양측이 막판까지 청문회 준비에 캠프의 역량을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이번 청문회를 바라보는 양측의 시각은 정반대다. 이 전 시장측은 이번 청문회만 '무사히' 넘길 경우 대세론을 굳힐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는 반면 박 전 대표측은 역전을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

동시에 이 전 시장 진영에서는 청문회가 자칫 '의혹 부풀리기'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으며, 박 전 대표 진영에서는 지금껏 상대편을 겨냥했던 검증의 칼날이 오히려 박 전 대표 쪽을 겨누지 않을까 내심 걱정하는 분위기다.

이 전 시장측의 박형준 대변인은 "국내 정치사에서 전례없는 경선후보 청문회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가 높아 최선을 다했다"면서 "그러나 건강한 후보를 본선에 내세워야 하는데 (청문회 때문에) 깁스를 시켜서 링에 올리는 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측 김재원 대변인은 검증위로부터 받은 일부 '공세적' 질문에 대해 "상대(후보)의 주문 제작형 질문이 있다"고 주장한 뒤 "사상 검증이나 신념을 묻는 식의 질문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면죄부 청문회' 우려

주최측인 당 검증위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역시 청문회가 아닌 '해명회'가 될 것이라는 안팎의 시각이다.

우선 쟁점 자체가 기존에 언론 등을 통해 소개된 것이 대부분인데다 미리 양 캠프에 질문지를 배포해 '새로운 내용'이 없을 것으로 예상돼 사실상 후보들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청문회라는 지적이 많기 때문.

실제로 이 전 시장에 대해서는 친인척 차명재산 문제,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 국회의원 시절 선거법 위반 등이, 박 전 대표에 대해서는 고 최태민 목사와의 관계, 정수장학회 비리, 부친(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후 정계 진출까지의 행적 등이 주된 질문주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증위원으로 참여하는 인명진 당 윤리위원장도 이날 "맥빠진 청문회가 될까봐 걱정"이라며 "돌출발언도 나오고 후보들을 당황하게 하는 것도 있어야 할 텐데 기술적인 부분이 익숙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검증위 내부에서도 '인신공격성 질문'이나 '돌발성 질문'을 채택하느냐의 여부를 놓고 신경전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청문회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어떻게 진행되나

TV로 전국에 생중계되는 청문회는 19일 오전 9시부터 송지헌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되며 오전에는 박 전 대표, 오후에는 이 전 시장을 상대로 3시간씩 진행된다.

그러나 후보별로 3시간의 청문시간이 의혹 해소에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방송사 중계와 관계없이 추가로 보충 질의 및 응답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질문자로는 안강민 위원장을 비롯한 검증위원 8명과 검증 실무위원 7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검증위원은 총 9명이었으나 노승대 전 감사원 사무차장은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소가 협소해 청문회장에는 강재섭 대표 등 주요 당직자 외에 양 캠프에서 20명씩 참관이 허용되며 취재진도 언론사당 1명으로 제한된다.

청문회는 개회식에 이어 후보별로 신상발언-1차 질의·답변(청문위원)-상대후보측 질문(이주호 검증위 간사)-휴식-네티즌 질문(간사)-2차 질의·답변-마무리 발언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검증위 관계자는 "양 캠프에서 자료가 충분히 제출되지 않아 준비작업에 차질이 있다"면서 "수사권이 없어 조사에 한계가 있는 만큼 그동안 국민들이 궁금하게 생각했던 여러 의혹에 대해 양 후보로부터 직접 설명을 듣는다는 점에 의미를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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