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南 빼고 북-미 군사회담 열자”

  • 입력 2007년 7월 1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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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3일 한반도 평화와 안전보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유엔 대표가 참석하는 북-미 군사회담을 열자고 제의했다.

북한은 1953년 체결된 6·25전쟁 정전협정 54주년(27일)을 2주일 앞둔 시점을 택해 발표하면서 남한을 논의 대상에서 배제했다.

북한은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대표 이찬복 상장(한국의 중장) 담화에서 “조선반도의 평화, 안전보장과 관련된 문제들을 토의하기 위해 쌍방(북한과 미국)이 합의하는 임의의 장소에서 아무 때나 유엔 대표도 참가하는 조선(북한)과 미국 군부 사이의 회담을 진행할 것을 제의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우리의 핵 문제란 본질에 있어 미국의 핵 문제”라고도 주장했다.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이날 일본에 도착해 “미국은 한반도 에너지 문제, 핵 문제뿐 아니라 평화와 안보 등 폭넓은 이슈에 대해 이야기할 준비가 돼 있지만 북한이 먼저 영변 원자로 폐쇄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은 통미봉남(通美封南)?=북한은 이날 평화체제 문제에 대한 논의는 북-미 간에 다뤄야 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 안보대화는 남한이 아닌 미국과 하겠다는 ‘통미봉남’ 노선을 재확인했다.

한미 양국의 고위 당국자들이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견해를 잇달아 피력하면서 평화체제 논의의 당사자는 남북한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셈.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11일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의 당사자는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 4자가 되는 것이 적절하지만 가장 중요하고 직접적인 당사자는 남북한”이라고 말했다.

10일 판문점에서 열렸던 남북 장성급회담은 물론 최근 남북 군사당국자 간 회담에서 북측이 서해상 북방한계선(NLL)을 대신할 새로운 해상 경계선 획정을 주장했지만 남측이 호응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한 압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이날 미국이 한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해 남조선에서 모든 외국 군대의 철수와 조선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규정한 정전협정 제60항에 정면 도전했다고 비난해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핵 문제의 본질은 ‘미국의 핵’=북한은 이미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핵무기를 과거의 핵과 현재의 핵 프로그램과는 별도로 분리해 협상하겠다는 의도도 드러냈다. 18, 19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6자회담에서 북-미 간 핵 군축 회담을 다시 주장할 것임을 시사한 것.

6자회담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지난해 12월 6자회담 개막식에서 “현 단계에서 핵무기를 제외한 현존 핵 계획의 포기를 토의할 수 있다. 핵실험을 통해 이미 보유한 핵무기는 논의 대상이 아니고 핵 군축 회담을 통해 가능하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 “미국은 1000개가 넘는 각종 핵무기를 남한에 체계적으로 끌어들여 남한을 세계 최대의 핵기지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대응=미국이 북한의 주장에 호응해 북-미 군사대화에 응할 것 같지는 않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백승주 박사는 “북한의 군사회담 제의를 수용하면 한국이 평화체제 논의에서 사실상 제외될 수 있어 미국이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실질적인 교전 당사국이며 평화체제 논의에 가장 큰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남과 북이 당사자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일관된 견해”라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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