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특정후보 비판, 선거에 충분히 영향 미쳐”

  • 입력 2007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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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최종 의사결정기구인 선관위원 전체회의 모습. 지난달 18일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여부를 논의할 때의 모습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최종 의사결정기구인 선관위원 전체회의 모습. 지난달 18일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여부를 논의할 때의 모습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 선관위‘盧대통령 헌소’답변서 헌재에 제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6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제기한 헌법소원의 부당함을 조목조목 열거하며 반박했다.

지난달 내내 노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선관위를 비판할 때 대응을 자제하던 것과는 달리 날카로운 논리로 대응했다. 선관위는 노 대통령의 헌법소원 제기에 따라 피청구인의 자격이 된 데다 헌재에서 법리를 따져야 하는 상황이므로 청와대의 주장에 대해 하나하나 반박 논리를 세운 것으로 보인다.

독립적 헌법기관인 선관위가 연거푸 노 대통령에 대해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 위반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도 이례적이지만, 헌법소원의 피청구인 자격으로 노 대통령을 구체적으로 비판한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여기에는 고현철 위원장의 캐스팅보트 행사와 ‘판단 유보’ 결정 등으로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노 대통령이 선거운동을 했다’는 파국적인 결론을 피해 줬는데 대통령이 너무한다는 불쾌감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에 대하여 선거에서의 중립 의무를 요구하는 공직선거법은 위헌’이라는 청와대의 주장에 대해 선관위는 “선거의 공정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민주주의의 존립 기반이다. (대통령이) 정치적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는 일이다”라고 반박했다. 선관위가 헌재에 낸 답변서를 쟁점별로 요약해 소개한다.》

기본권 침해 받았나?“자연인 아닌 대통령에 중립 요구한것”

대통령은 정치공무원?“공무원법보다 공직선거법 우선 적용”

정부비판에 대한 반론?“선거의 공정은 민주주의 존립 기반”

청와대 의견진술 제한?“지금까지 반론기회 제공한 전례 없어”

○ ‘대통령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 헌법소원을 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①국가나 국가기관 또는 국가조직의 일부나 공법인은 기본권의 ‘향유자’가 아니다. 오히려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 내지 실현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지니고 있는 지위에 있을 뿐이어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적격이 없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판례다.

②헌법소원은 통상적인 방식으로는 침해받은 기본권을 구제받지 못하는 국민에게 인정되는 예외적 보충적 성격의 최후 권리구제수단이다. 최고 권력기관에 있는 대통령이 이러한 헌법소원제도를 이용한다는 것은 헌법소원제도의 제도적 취지에 맞지 않는다.

③대통령은 국가적으로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존재로서 사생활, 가족관계, 휴가여행 등 지극히 사적인 영역까지도 대통령 직의 수행과 불가분의 연관성이 있다. 대통령은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구분할 수 없다.

④대통령의 관련 행위는 대통령으로서의 신분과 무관하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참여정부평가포럼 강연, 원광대 특강, 6·10기념사,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 모두 대통령의 의견과 발언을 듣기 위한 자리였으므로 순수한 사적 사안으로 볼 수 없다.

○ ‘대통령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았다’는 주장에 대해

①헌법은 선관위로 하여금 선거에 관해 대통령에 대해 견제와 균형을 꾀하는 헌법적 기능을 요구하고 있다. 선관위 위원장의 조치는 권력 분립에 기초한 권한 행사이지 대통령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행위가 아니다.

②선관위의 대통령 선거중립 의무 준수 요청은 대통령비서실장을 통해 공문서로 전달됐으며 자연인을 상대로 한 조치가 아니었다. 선관위의 조치로 제한받는 것은 ‘대통령’이지 ‘자연인’이 아니다. 따라서 자연인 대통령은 기본권 침해의 대상자가 아니다.

③헌법소원은 다른 구제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 심판청구 하도록 되어 있으며 대통령은 행정소송법에 의해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데도 이를 거치지 않았다. 이는 보충성의 요건을 결여한 것이다.

○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의 공무원에 해당하지 않으며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은 대통령의 자유를 침해한 위헌이다’는 주장에 대해

①선거 영역에 관한 한 특별법인 공직선거법이 일반법인 국가공무원법에 우선하여 적용된다. 헌재는 2004년 대통령이 정치적 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다른 공무원보다 더욱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이 요구된다고 명시한 바 있다.

②공직선거법은 관권선거의 폐해가 심각하였던 우리나라 선거문화의 역사를 반성하고 건전한 선거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구체화된 법이다. ‘자유선거원칙’ ‘정당의 기회균등 원칙’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구체화한 법률조항이 위헌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이유가 안 된다.

③대통령은 모든 행정기관을 총괄하여 그 영향력이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엄정한 중립 의무를 부담한다.

○ ‘대통령 선거가 6개월 이상 남아 있고 대통령의 발언은 선거 개입이 아니라 정부 비판에 대한 정당한 반론 및 정치적 견해의 표명이었다’는 주장에 대해

①대통령의 발언은 대통령 선거가 사회적 관심사로 된 이후 특정인이 상대 정당의 후보자로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예비후보자 등록까지 마쳐진 상황에서 이에 대한 발언을 한 것이다. 따라서 6개월 전의 발언이라 하더라도 충분히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②대통령이 참평포럼 강연, 원광대 특강 등에서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폄훼하고 특정 정치세력 또는 정당이 집권하는 것에 대하여 부정적인 취지의 발언을 하였으며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과 함께 선거전략 등에 대하여 언급한 것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다.

○ ‘선관위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면서 청와대의 의견 진술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①선관위법에는 당사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는 규정도 없고, 의견 진술의 기회를 부여한 전례도 없으므로 청와대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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