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권언유착 사례’ 익명 공개 논란

  • 입력 2007년 6월 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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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해당 언론사 등 관련자들의 실명을 밝히지 않은 채 이른바 권언(權言) 유착 사례를 청와대브리핑을 통해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홍보수석실은 1일 청와대브리핑에 ‘서로가 민망한 구습의 잔재’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청와대는 이 글에서 △공기업 비판 기사와 수억 원대의 협찬 및 광고 바꿔치기 △공기업 출입기자들의 외유성 출국 시도 △언론사 간부의 청탁에 따른 부당한 규제 완화 사례 등을 거론했다. 하지만 해당 언론사와 관련된 공기업은 모두 익명으로 처리됐다.

청와대는 이 글에서 “물론 대부분의 공무원이나 기자는 그렇지 않을 것이며 일부의 편중된 사례”라고 전제를 달았지만 권언 유착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의 브리핑룸 통폐합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4일 “익명의 글은 언론에 대한 약점 잡기로 비칠 수 있으니 실명을 공개하라”는 기자들의 거듭된 요구에 “관행적으로 아직 극복되지 못했던 정부와 언론 관계를 자기 성찰의 차원에서 되돌아보고 이를 극복해 가자는 취지에서 나온 글”이라며 “따라서 실명 공개는 그 취지에 맞지 않다”고 거부했다.

그러나 학계와 언론 단체들은 이 문제를 정부 정책 홍보에 이용할 것이 아니라 실태를 밝히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일용 한국기자협회장은 “이 문제가 정보접근권 확대를 위해서라는 취재 선진화 방안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문제가 있다면 익명이 아니라 모두 공개하고 불법이 있었다면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 청와대가 이 문제를 언론과 기자 전체에 대한 불신감을 증폭시키는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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