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대통령과 대립각 세우면 손해”

  • 입력 2007년 5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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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정세균(사진) 의장은 요즘 ‘난파선’ 선장 신세다. 2월 14일 당 의장으로 추대된 이후 100일 동안 비(非)한나라당 세력을 아우르는 통합신당을 만들기 위해 뛰어왔으나 민주당 박상천 대표에게서 “열린우리당은 통합대상이 아니다”는 면박까지 들었다.

정 의장은 23일 오후 국회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이쪽 진영 대선후보들은 다 배제하고 다른 당 출신 대선후보는 수용하느냐”며 최근 좌편향 진보인사와 국정실패 책임인사의 신당 참여 배제론을 제기한 박 대표를 비판했다. 그는 다른 당 출신 대선후보의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국민중심당을 탈당해 민주당에 입당한 이인제 의원을 염두에 둔 듯했다.

그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당 대 당 통합을 하자는 게 아니다. 기득권을 다 버리고 제3지대에서 만나자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에선 지난 4년간 (여당으로) 잘해 먹고 이제 와서 힘들어지니까 기득권을 포기할 테니 다시 합치자는 게 말이 되느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하자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분당이 어떻게 됐는지 되뇌지 않겠다. 그분들이 후단협(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 어떻게 했고, 이미경 의원 ‘머리채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고…. 그런데도 다 같은 민주개혁 진영이고 우리와 더 가까워야 하는데 계속 흠집을 내고 그런 것 아니냐.”

그는 혼잣말로 “사실 박 대표가 ‘중도개혁’을 말하지만 개인적 코드는 ‘보수’ 아니냐”고도 했다. 그는 “박 대표가 ‘배제론’을 여간해서 철회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김한길 중도개혁통합신당 대표는 (배제론을) 받을 수 없지. 어떻게 정동영 (전 의장), 천정배 의원이 배제되는 것을 받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작은 정당을 하나 만들어 대선 때 후보 단일화하자고 한다. 김 대표는 박 대표의 마음을 움직여 대통합을 위한 징검다리가 되겠다고 했다. 완전히 동상이몽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의 통합은 어려울 것이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열린우리당 내에선 ‘박상천 배제론’도 나온다.

정 의장은 “나는 박 대표와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배제할 생각이 전혀 없다. 당연히 협상 대상이어야 하는데 거부하기 때문에 우회해서라도 대통합을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7월 중에는 국민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를 결심해야 하고 8월에는 시작해야 하니까 6월까지 당을 만들어야 한다. 박 대표와 노선이 다른 그룹과 이야기를 시작했다. 현역과 비현역 등 전방위로 하고 있다. 시민사회나 전문가집단과도 소통하고 있다. 6월 10일 언저리에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이다”며 “신당 창당 선언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제시한 ‘대선주자 7인 연석회의’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7명이 누구냐. 이해찬 전 총리는 빠졌나? 이분들이 모여 신당한다고 하면 그게 되느냐. 7명이 자기한테 유리한 것만 내놓으면 어떻게 공약수를 만들 수 있나. 두 명도 안 되는데…. 뭐 그래도 모이고 하는 것은 가만히 앉아 있는 것보다는 낫다.”

그는 김 전 의장과 정 전 의장이 최근 노무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것에 대해 “손해다. 미래에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지”라고 말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 대해서는 “내가 나서서 권유하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본인이 국민경선제에 참여하겠다면 우리는 이의 없다. 또 그만두면 모를까 여기밖에 할 데가 없지 않느냐”며 결국 경선에 참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대선주자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며 기존에 거론돼 온 인물 중에서 범여권 후보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정 의장은 “나보고 당장 당 해체 선언을 하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당 일각의 ‘선(先) 당 해체 선언’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6월 14일까지 통합의 가시적 성과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지도부로서 당 의장 사퇴를 포함해 정치적 책임을 질 것이다. 그러나 당은 당대로 가는 것이다. 저쪽(민주당)은 앉아서 주워 먹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런 현상은 안 생긴다”고 주장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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