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신고도 안한 단체와 협상 자체가 위법

  • 입력 2007년 4월 24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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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자치부에 따르면 노동부는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말까지 공무원 1474명을 늘렸다. 증가한 인원만으로는 전체 부처 중 6위이지만 증가율로 보면 거의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다 지난달 고용지원센터의 상담원 1567명을 노동부 직제 공무원으로 하기로 확정했기 때문에 노동부 공무원은 더 늘어나게 됐다.

문제는 이 같은 정부의 ‘공무원 늘리기’ 방침을 빌미로 법외 노조가 자신들의 건의사항을 관철하려 했고, 이를 노동부가 받아 줬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점이다.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노동부와 노조가 ‘정책 결정에 관한 사항은 교섭 협상 대상이 아니다’는 ‘공무원의 노조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 노조법)’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고용지원센터 상담원의 공무원 전환 논란=노동부가 지난해 4월부터 추진한 직업상담원의 공무원 전환은 자기 정책을 부정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노동부는 2005년 11월 ‘직업상담원의 배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입법예고하면서 직업상담원을 공무원이 아닌 ‘민간전문인력’으로 정의했다. 그 대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정년이 보장되도록 신분안정 장치를 마련했다.

그러나 입법예고 5개월 만인 지난해 4월 노 대통령이 부산고용안정센터에서 직업상담원의 불안정한 신분 해소 방안 모색을 지시한 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5월 말 노 대통령에게 공무원화 추진 방안을 보고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특별채용시험을 실시한 후 합격자에 한해 ‘직업상담’ 직렬을 신설해 노동부로 편입시킨다는 계획이다.

▽법외 노조와의 협상 자체가 문제=노동부 하위직 공무원들은 직업상담원의 공무원화에 줄곧 반대해 왔다.

노조는 신문 광고를 위해 준비했던 문안에서 “이런 (특별채용 형식의) 공무원 전환 행태는 공개경쟁시험으로 공무원이 되었거나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기만하는 처사이고, 다른 공공기관 근로자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조민형 노조위원장은 “민간으로 노조 활동을 해 온 직업상담원이 공무원이 될 경우 우리와 별도의 노조를 만들 수밖에 없으며, 이는 둘 사이에 신분 갈등을 고착화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노조가 2월 6급 이하 노동부 직원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직업상담원을 공무원으로 전환할 경우 고용지원 서비스가 향상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부정적인 응답이 85.3%에 이르렀다.

이런 노조의 움직임을 우려하던 노동부는 노조가 신문 광고를 낸다는 소식을 듣고 직업상담원의 공무원화에 대한 협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 노조는 정식으로 노조 설립 신고도 하지 않은 법외 노조로 공무원 직장협의회 수준의 단체다. 노동부가 이런 단체와 정부 정책에 대해 협상을 벌였다는 것 자체가 ‘공무원 노조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또 이들의 승진 요구 등을 장관이 고려하겠다고 밝힌 것도 ‘기관의 운영에 대해서는 교섭의 대상이 아니다’고 못 박은 공무원 노조법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조 위원장은 “교섭을 하려던 것이 아니라 공무원의 의견을 전달하는 건의 차원이었고 승진 건의는 그 전부터 해 오던 것”이라며 “신문 광고는 공무원화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계획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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