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 상임위 해외순방 살펴보니

  • 입력 2007년 3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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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광위 6명 역사 시찰에 7589만원

보고서엔 문화유적 설명만 가득

‘이집트와 그리스는 국회의원 해외 순방의 꽃?’

본보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한 17대 국회의 해외순방 자료와 방문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격년으로 국회 국제국에서 예산이 배정되는 상임위원회 별 해외순방은 여전히 ‘외유성’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찰인지 관광인지…’=2005년 3월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의원 6명은 9박 10일간 ‘역사시찰’이라는 명목으로 이집트 터키 스페인을 방문해 피라미드, 왕들의 계곡, 알람브라궁전, 이스탄불 등을 둘러봤다. 이들은 귀국 후 총 184쪽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보고서를 살펴보니 방문 개요와 주요 일정을 제외하고는 문화유적과 유산에 관한 백과사전적 지식, 방문국가 문화정책에 관한 일반적 설명과 관광 가이드로 채워져 있었다. 당시 소요된 예산은 7589만 원. 수행원 1명을 포함해 1인당 10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든 셈이다.

이듬해인 2006년 8월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의원 4명이 찾은 첫 방문국도 역시 이집트였으며, 이어 그리스 스위스 싱가포르를 순방했다. 이들이 환경보전지역 시찰 명목으로 들른 곳은 역시 이집트에선 기자 피라미드, 왕들의 계곡, 각종 신전이었고 그리스에선 파르테논 신전과 고린도운하, 미케네 왕국 유적 등이었다. 총 115쪽 분량의 보고서는 방문국가의 역사와 지리에 대한 백과사전적 지식 등으로 채워졌으며 이 밖에 방문국 관계자들과의 면담 전문이 실려 있다. 이들의 해외 순방에 든 비용은 6024만 원. 수행원 1명을 포함해 역시 1인당 1000만 원가량이 들었다.

2005년 5월에는 국방위 소속 의원 5명이 9박 10일 일정으로 일본과 미국 해외시찰을 갔는데, 일본에서는 나라지역 문화탐방, 오사카 성 견학, 도쇼구 문화탐방을 하고 미국은 하와이만 다녀왔다.

이처럼 상임위 해외 시찰은 상임위 성격과 무관하게 평소 갈 기회가 적은 나라를 관광을 겸해 가는 경향이 뚜렷했다.

상임위 해외순방 통계를 뽑아본 결과 국가별로 보면 이집트 그리스 미국이 5번으로 가장 많았다. 터키 스웨덴 체코 페루가 4번, 케냐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멕시코 등이 3번이었다. 34번의 해외 방문 중 중국은 한 번도 없었다. 17대 국회 들어 지난해까지 상임위 해외시찰 명목으로 쓰인 예산은 모두 16억6267만 원이다.

▽‘마지막 외유 서두르자?’=올해는 상임위별로 가능한 한 빨리 해외를 다녀오려는 게 색다른 모습이다. 이는 하반기에 대선 선거운동이 본격화될 경우 해외에 나가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해 해외순방 예산을 배정받은 상임위 10곳 중 5곳이 이미 1월에 해외순방을 다녀왔다. 국회 운영위는 1월에 4팀으로 나눠 소속 당별로 베트남 뉴질랜드 등을 다녀왔다. 법제사법위, 문화관광위, 건설교통위, 정무위도 7박 8일부터 13박 14일까지 터키 그리스 호주 인도 등을 다녀왔다.

남은 상임위 5곳 중 2곳도 5월 해외순방이 예정되어 있는 등 대부분 상반기에 해외 순방을 모두 마칠 예정이다.

국회 국제국 예산이 아닌 상임위 자체 예산으로 가는 해외 순방도 상반기에 몰리고 있다. 재경위는 관세청의 전자통관시스템 계약관련 현장시찰을 위해 8일 8박9일 일정으로 남미 방문길에 올랐다.

한편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멕시코, 미국 등 5번, 임채정 국회의장은 네덜란드 우크라이나 등 2번 해외 순방을 다녀왔다. 임 의장은 8일부터 12박 13일 일정으로 남미를 순방하고 있다. 국회 부의장도 주로 소속 정당의 의원들과 함께 1년에 한 번 해외를 순방했다.

▽국회도 의원 외교 문제점 인정=국회 사무처가 민간연구기관인 미래전략연구원에 의뢰해 최근 발간한 ‘한국 의원 외교의 현황과 개선방향’ 보고서도 의원 외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17대 국회 들어 방문 외교 건수가 첫 2년간 50회로 16대 국회의 방문 외교 활동이 4년간 68회였던 것에 비하면 외형적으로 성장했지만 의원 외교의 영향력과 깊이가 결여됐다고 밝혔다. 초선 의원이 62.5%(187명)나 되다 보니 3, 4선 의원들이 형성했던 외교 인맥이 단절되는 현상도 있었다는 것.

이 보고서는 “우리나라는 방문 결과를 회의 때 공식으로 보고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보고서만 제출하기 때문에 외교 성과를 평가하기 어렵다”며 “미국은 자금 사용내용을 명시한 여행공개진술서를 여행 후 30일 안에 의회에 제출하도록 돼 있고, 독일은 의원의 해외 공식 방문은 4년 임기 중 1회로 한정돼 있다”고 소개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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