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의원은 또 “이 전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과 여러 차례 외교안보 문제를 상의해 그의 의사가 대통령의 의사라 해석해도 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이 전 총리가 모든 이야기를 다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이 전 총리와 이 의원 사이에 ‘역할 분담’이 있었음을 암시했다.
이 전 총리도 “(방북 결과와 관련해) 청와대에 전달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다. 주미 (한국)대사 및 통일부에도 전달할 것이 있다”고 말해 북한에서 뭔가 의미심장한 대화가 오갔음을 시사했다.
청와대는 이 전 총리의 방북 문제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청와대 대변인인 윤승용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이 전 총리의 방북이 대통령 특사 자격이 아니었기 때문에 당연히 대통령의 친서는 없었다”며 대북 특사, 친서설을 일축했다.
이 전 총리는 ‘청와대에 전달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다’고 했으나 윤 수석은 “이 전 총리에게서 (방북 결과) 보고를 받을 일이 없다. 보고를 받더라도 통일부를 통해서 받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전 총리와 청와대 측의 ‘정상회담 김빼기’에도 불구하고 그의 방북을 놓고 범여권이 올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방북과 남북 정상회담 등 남북 평화 이슈 선점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나라당의 경제, 안보 이슈에 밀려 온 범여권이 대선 이슈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
이 전 총리는 이날 서울 영등포 당사에 도착해 “열린우리당이 (한반도에) 일관되게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정당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며 “이 기회를 살려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균 의장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세계 모든 이가 6자회담 후속조치의 원만한 이행을 바라고 있는데 오직 한나라당만 딴죽을 걸고 있다”고 가세했다.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2·13합의→20차 장관급회담(2월 27일∼3월 2일)→이 전 총리 방북→DJ 방북→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대북 화해 무드를 통해 대선 이슈를 바꿀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한편 이 전 총리가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공동개최를 북측에 제안한 데 대해 강원도와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관계자들은 “사전에 아무런 상의도 없었다. 유치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얘기다”라고 반발하고 있어 이 문제가 이 전 총리 방북을 둘러싼 새로운 불씨로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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