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에 전달할 사항이…주미대사에 전할 얘기가…‘뭔가 있나’

  • 입력 2007년 3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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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방문하고 12일 오후 귀국한 이해찬 전 국무총리(왼쪽)가 인천국제공항 귀빈실에서 남북 정상회담 추진 여부 등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인천=전영한 기자
북한을 방문하고 12일 오후 귀국한 이해찬 전 국무총리(왼쪽)가 인천국제공항 귀빈실에서 남북 정상회담 추진 여부 등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인천=전영한 기자
《북한을 방문한 뒤 중국을 거쳐 12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한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남북 정상회담에 공감대를 이뤘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방북은) 정상회담 목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개인적 의견으로 ‘2·13합의 이행 계획이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4월에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북측에 얘기한 것인데, 언론이 앞서 보도했다는 것. 그러나 이 전 총리와 동행했던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은 이날 “6자회담 실무그룹에서 성과가 나오면 필연적으로 정상 간의 합의사항이 나올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정상회담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며 “이런 뜻을 북측에 전했더니 북측도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 전 총리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났을 때 배석했다.》

이 의원은 또 “이 전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과 여러 차례 외교안보 문제를 상의해 그의 의사가 대통령의 의사라 해석해도 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이 전 총리가 모든 이야기를 다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이 전 총리와 이 의원 사이에 ‘역할 분담’이 있었음을 암시했다.

이 전 총리도 “(방북 결과와 관련해) 청와대에 전달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다. 주미 (한국)대사 및 통일부에도 전달할 것이 있다”고 말해 북한에서 뭔가 의미심장한 대화가 오갔음을 시사했다.

청와대는 이 전 총리의 방북 문제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청와대 대변인인 윤승용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이 전 총리의 방북이 대통령 특사 자격이 아니었기 때문에 당연히 대통령의 친서는 없었다”며 대북 특사, 친서설을 일축했다.

이 전 총리는 ‘청와대에 전달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다’고 했으나 윤 수석은 “이 전 총리에게서 (방북 결과) 보고를 받을 일이 없다. 보고를 받더라도 통일부를 통해서 받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전 총리와 청와대 측의 ‘정상회담 김빼기’에도 불구하고 그의 방북을 놓고 범여권이 올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방북과 남북 정상회담 등 남북 평화 이슈 선점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나라당의 경제, 안보 이슈에 밀려 온 범여권이 대선 이슈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

이 전 총리는 이날 서울 영등포 당사에 도착해 “열린우리당이 (한반도에) 일관되게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정당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며 “이 기회를 살려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균 의장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세계 모든 이가 6자회담 후속조치의 원만한 이행을 바라고 있는데 오직 한나라당만 딴죽을 걸고 있다”고 가세했다.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2·13합의→20차 장관급회담(2월 27일∼3월 2일)→이 전 총리 방북→DJ 방북→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대북 화해 무드를 통해 대선 이슈를 바꿀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한편 이 전 총리가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공동개최를 북측에 제안한 데 대해 강원도와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관계자들은 “사전에 아무런 상의도 없었다. 유치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얘기다”라고 반발하고 있어 이 문제가 이 전 총리 방북을 둘러싼 새로운 불씨로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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