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WP“美 정보당국 北 HEU 과장 의혹”

  • 입력 2007년 3월 2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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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 정보 당국의 정보 평가가 정확했는지를 놓고 미국 내에 논란이 일고 있다.

조지프 디트라니 미 국가정보국 북한담당관은 지난달 27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이 HEU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의 장비를 구입하고 있다는 정보는 높은 수준의 신뢰도(high confidence)를 가진 것이었다”고 밝혔다.

디트라니 담당관은 이어 “우리는 HEU 프로그램이 현재도 존재하는지에 대해선 중간수준의 신뢰도(mid-confidence level)를 갖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증언은 특별히 논란이 될 소지가 없는 것이었다. 북한이 HEU 프로그램을 위해 장비를 구입한 것은 99% 확실하며 그 후 어느 수준까지 이를 진척시켰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기존의 한미 간 정보 판단과 부합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주요 언론들은 1일 ‘중간 수준’이란 표현에 주목하면서 “정보 당국이 HEU 정보의 불확실성을 시인했다”고 ‘정보 과장’ 의혹을 본격 제기했다.

뉴욕타임스는 1면 머리기사로 “중간 수준의 신뢰도란 다른 식의 해석도 가능하다는 의미”라며 정보 당국 스스로 의구심을 갖고 있음을 우연찮게 노출시켰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주요 기사로 “북한이 활발한 HEU 프로그램을 가졌다고 오랫동안 단언해 온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물러서고 있다”며 “이는 일부 전문가로 하여금 2002년 북핵 2차 위기를 촉발한 미국의 정보에 결함이 있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들은 이 같은 기류를 ‘미 행정부 내 협상파의 언론 플레이+정보 조작에 대해 민감한 분위기’의 결과물로 분석했다.

2·13 베이징(北京) 합의에 HEU 프로그램이 반영되지 않은 데 대해 강경파의 비판이 쏟아지면서 ‘HEU 문제 해결이 협상 진전의 핵심’이라는 강한 압력을 받고 있는 협상파들은 높은 기대치와 우려를 낮추기 위해 ‘HEU 문제가 실제보다 더 심각하게 포장됐을 수 있다’는 논리를 확산시키는 분위기다.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 정보 왜곡으로 엄청난 대가를 치러 정보 조작에 특히 민감한 분위기 속에서 미국 언론들은 협상파들의 그 같은 설명을 비록 미세한 정도라도 HEU 정보가 의도적으로 과장됐을 가능성으로 연결시키면서 쟁점화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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