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담 대법관 "항소심 감형 고려 높은 영향선고 관행 근절"

  • 입력 2007년 2월 26일 16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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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사건 피고인이 1심 선고 형량에 불복해 항소하고, 항소심에서는 1심 형량을 깎아주는 오랜 관행에 대법원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는 1심 재판부가 항소심에서 감형될 것을 미리 감안해 일단 높은 형을 선고함으로써 항소의 빌미를 제공하고, 항소심에서 낮은 형량을 선고하는 과정에서 전관예우 같은 잘못된 관행이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2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전국형사항소심재판장회의를 열어 항소심 재판에서 1심 법원의 양형을 존중하고 법원별·재판부별로 들쭉날쭉한 양형 편차를 줄이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전국 5개 고등법원과 18개 지방법원 형사 항소심 재판장 23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항소심에서의 잦은 감형은 판결이 온정주의적으로 흐르고 피고인 입장에서는 항소와 감형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여 무차별적인 항소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항소심에서의 대략적인 양형 기준을 마련하고, 항소심 재판부가 가급적 1심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하도록 하기로 했다.

또한 항소 남발을 막기 위해 피고인 측의 부당한 재판 지연으로 심리기간이 길어질 때에는 미결 구금 일수 중 일부를 형에 산입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은 항소율이 10~19%가량이고 1심 파기율이 9~16% 수준이다. 반면 한국은 1심 합의사건 항소율이 56%, 항소심에서의 파기율은 46%에 이른다.

한편 김용담 대법관은 이날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 형사재판장 연수 기조강연에서 "항소심에서 당연히 감형될 것을 고려해 1심 형사재판에서 높은 형을 선고하는 관행을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28일까지 사흘 간 열리는 이번 연수에는 신임 형사1심 재판장 143명이 참석했다.

김 대법관은 연설문에서 "형사소송법은 강행규정이어서 명백한 근거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축약되거나 생략될 수 없다"며 "그럼에도 증거서류 조사 등 형사절차가 상당부분 생략되는 현실은 불법을 단죄하는 법정에서 위법이 일어나는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피고인과 그 가족이 이해하지 못하는 전문 용어가 난무하고 법정에서는 서류로만 오가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전관예우, 유전무죄·무전유죄와 같은 법조비리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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