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우리가 경호” 靑경호실-경찰 신경전

  • 입력 2007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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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선주자에 대한 경호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테러를 당한 데다 북한이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올해 대선에 개입하려는 뜻을 밝힌 뒤 북한 등 불순세력의 대선주자 테러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9일 노무현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담에서 “대선 후보들에 대한 경호를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고 노 대통령도 신경을 쓰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선주자들이 현행법에 따라 제대로 된 경호를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행법은 대통령 후보에 대한 경호를 경찰이 맡도록 했다. 그러나 경찰은 내부 규정에 따라 대선주자들이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통령 후보로 등록한 시점(선거일 23∼24일 전)부터 공식 경호를 시작한다. 그 이전에는 각 후보나 정당의 요청이 있으면 경찰이 자체 판단해 경호를 할 수도 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에는 대선주자들이 상시적으로 경찰의 경호를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력 대선주자들은 자구책으로 사설 경호를 받고 있다.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평소 전직 경찰 출신 수행원에게 경호를 맡기고 있고 외부 공개 행사에는 3, 4명의 사설 경호원을 추가로 기용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외부 행사가 있을 때에만 남녀 2명의 경호원에게 신변 보호를 맡기고 있다. 다른 주자들은 아직 별도의 경호원을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경호실과 경찰청이 대선 후보 경호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대선 후보 경호와 관련해 두 법안이 계류돼 있다. 지난해 12월 열린우리당 강성종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통령 경호실법 개정안’과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이 11월에 발의한 ‘요인 경호법’이 그것.

대선 후보에 대한 경호 개시 시점을 앞당기는 등 경호를 강화하는 것은 두 법안이 마찬가지다. 그러나 두 법안은 경호 주체를 대통령경호실(강 의원 안)과 경찰(김 의원 안)로 다르게 규정하고 있어 두 기관이 내심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주요 대선 후보에 대한 경호는 조직의 권한 확대는 물론 차기 정권과의 관계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통령경호실과 사전 협의를 거쳐 발의한 강 의원 안은 공식 경호 시작 시점을 선거 120일 전부터로 규정하고 대통령경호실이 경호를 맡도록 했다.

김 의원 안은 종전처럼 경찰에 경호를 맡기되 그 시점을 ‘각 정당이 전당대회를 통해 대선 후보를 확정했을 때’부터로 앞당기는 내용이다. 한나라당에서는 대선 후보에 대한 경호를 대통령경호실에 맡길 경우 내부 정보가 청와대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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