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같이 가시죠”…사면초가 김근태 기존입장 바꿔

  • 입력 2007년 1월 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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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박병석 의원(오른쪽)이 통합신당 논의와 관련해 “당 지도부가 자기희생을 전제로 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지도부를 비판하자 김근태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왼쪽부터)가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박병석 의원(오른쪽)이 통합신당 논의와 관련해 “당 지도부가 자기희생을 전제로 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지도부를 비판하자 김근태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왼쪽부터)가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다. 연합뉴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이 8일 통합신당 추진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 “대통령이 마음과 힘을 같이한다면 신당 당적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김 의장은 이날 YTN과의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의 힘과 지원을 부탁드리고 싶다”며 “정권 재창출은 가장 중요한 개혁 중의 하나인데 이 대열에 함께했으면 하는 부탁과 희망의 말을 드린다”고 했다.

이는 “대통령은 신당 논의에서 빠져 달라”는 기존 태도와 다른 것이다.

김 의장 측은 “신당 논의에 개입하라는 게 아니라 정체성의 차이가 없으므로 같이 가자는 것”이라고 했지만 당 주변에선 위기에 처한 김 의장이 대통령과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실제 김 의장은 요즘 사면초가(四面楚歌)다. 당내 실용파를 대변하는 강봉균 정책위의장에게서 ‘좌파’라는 비판을 받은 데 이어 ‘2선 후퇴론’이 제기됐는가 하면, 염동연 의원이 탈당을 시사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으나 속수무책이다.

이날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선 박병석 의원이 김 의장의 면전에서 “지도자가 난국에서 결단이나 자기희생 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면서 사실상 2선 후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강 정책위의장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대북포용정책의 수정 필요성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수구냉전세력으로 몰아붙이면서 한나라당으로 가라는 경직된 사고를 가진 분들이 신당을 주도할 수 있겠느냐”며 최근 자신을 ‘짝퉁 한나라당’으로 비유한 김 의장을 되받았다.

염 의원의 탈당 발언의 여파도 계속됐다.

선도 탈당을 할 가능성이 있는 대상으로 거론되는 호남권과 수도권 일부 초재선 의원들은 아직 신중한 태도이나 통합신당을 결의하는 전당대회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이계안 의원은 탈당 문제를 고민 중이라고 했고 김낙순 의원은 “한없이 끌려갈 수는 없다”고 했다.

천정배 의원은 “(전당대회 결론이) 안이하고 무원칙한 미봉에 그칠 경우 민생개혁세력의 전진을 위해 ‘비상한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당 사수파인 신기남 전 의장 등은 “탈당을 한다면 당에서 마음이 떠났다는 신당파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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