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적 앞에서 아군끼리 총질하나”

  • 입력 2007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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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전현직 지도부 7명이 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음식점에 모여 당의 진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김근태 의장(가운데)부터 시계 방향으로 천정배 전 원내대표, 정동영 전 의장, 김한길 원내대표, 김혁규 전 최고위원, 문희상 전 의장, 정세균 전 의장. 김동주  기자
열린우리당 전현직 지도부 7명이 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음식점에 모여 당의 진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김근태 의장(가운데)부터 시계 방향으로 천정배 전 원내대표, 정동영 전 의장, 김한길 원내대표, 김혁규 전 최고위원, 문희상 전 의장, 정세균 전 의장. 김동주 기자
《이른바 외부의 ‘평화개혁세력’과 통합을 추진한다는 열린우리당 내 통합신당 움직임이 중대한 분기점을 맞았다. 김근태 의장과 강봉균 정책위의장이 대북 및 부동산 정책을 놓고 노선 대립을 보이는 데다 김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은 통합신당의 추진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통합신당파 내부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

통합신당 추진이 지지부진하자 염동연(광주 서갑) 의원이 5일 “내가 선도 탈당해 통합신당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으로 호남 출신인 염 의원이 선도 탈당하고 의원들이 동반 탈당한다면 신당 추진 논의에 극적인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염 의원의 탈당이 친노(親盧·친 노무현 대통령) 그룹 분화의 도화선이 될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열린우리당 전현직 지도부가 7일 모여 “대통합을 적극 뒷받침하겠다”며 통합신당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통합신당 좌초냐 회생이냐”=염 의원과 가까운 김낙순 의원은 7일 “염 의원의 탈당 불사 표명은 현 상태로는 통합신당이 물 건너간다는 절박함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및 고건 전 국무총리 세력과의 통합을 전제로 하는 통합신당파는 한때 당내 대세를 장악한 것으로 보였으나 노 대통령이 ‘신당은 지역주의 회귀’라고 공개 반대하면서 상황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친노 그룹을 중심으로 하는 당 사수파는 통합신당파 중심인 당 지도부가 기간당원제를 없앤 것은 부당하다며 당헌 개정 무효 가처분 신청을 냈으며 지역별로 당 사수 결의대회를 여는 등 실력 행사에 나섰다.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1차 판단은 11일 있을 예정이다.

이에 맞서는 통합신당파는 강 정책위의장이 김 의장을 ‘좌파’라고 공격하고, 김 의장은 이에 ‘짝퉁 한나라당’으로 맞받아치면서 내부 분열을 보이고 있다. 일부 재선 의원은 열린우리당 실패에 책임이 있는 김 의장과 정 전 의장이 신당 추진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상태로 가면 다음 달 14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당의 해체 및 통합수임기구 결성을 결의한다는 통합신당파의 시나리오가 제대로 진행될지 의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통합신당파인 주승용 의원은 “전당대회는 순조롭게 치러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창일 의원은 “염 의원의 선도 탈당론도 전당대회 전망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당파이자 호남이 지역구인 양형일 최규성 의원은 “호남 의원 중 염 의원을 따라갈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친노 그룹에 속한 김형주 의원도 “신당파가 이를 계기로 힘을 잃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내다봤다. 이렇듯 당내 의원들의 신중한 반응을 볼 때 염 의원의 탈당 선언의 여진(餘震)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원칙론만 재확인한 지도부와 중진=김 의장, 정 전 의장, 김한길 원내대표, 천정배 문희상 김혁규 정세균 의원 등 전현직 지도부 7명은 7일 모임을 갖고 최근 통합신당 추진을 둘러싼 당내 갈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은 이른바 평화개혁·미래·선진국 진입 주도 세력의 대통합을 뒷받침한다는 등의 원칙론을 천명했으나 그것으로 당의 상황을 추스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많다. 다만 지도부는 염 의원의 탈당을 만류하기로 했다.

사분오열된 당 상황에 대해 중진 의원들의 탄식이 이어졌다. 당 의장을 지낸 문희상 의원은 6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적 앞에서 아군끼리 총질이라니…”라고 지적했다.

장영달 의원도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아무리 당이 어려워도 국민 앞에 난파선의 쥐들로 매도당해선 안 되며, 질서 있는 토론으로 장래를 결정하면 된다”고 밝혔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친노파 “통합신당파는 모래알일 뿐”▼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친노 직계는 최근 당내 통합신당파가 노정하고 있는 내부 갈등에 대해 공식 언급을 자제했으나 속으론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다.

한 친노파 관계자는 “염동연 의원이 선도 탈당을 말한다는 사실 자체가 통합신당 추진이 지지부진하다는 증거”라며 “김근태 의장과 강봉균 정책위의장의 노선 갈등에서 보듯, 통합신당파라는 게 사실은 모래알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통합신당파는 중심축이 없는 데다 지향점도 제각각이어서 애초부터 단일대오를 형성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냉소했다.

당 사수파는 염 의원이 선도 탈당을 실행해도 동반 탈당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나아가 염 의원의 선도 탈당론이 오히려 ‘당 사수’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생각도 하는 듯하다. 당 사수파인 김형주 의원은 “전당대회를 당헌 당규에 따라 치르려 하지 않을 때 우리가 무산시킬 수 있다는 걸 통합신당파도 안다”며 “정상적인 전당대회가 사실상 불가능하니 탈당하겠다는 염 의원의 판단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도 통합신당파가 절대 탈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며 “노 대통령이 통합신당파의 움직임을 ‘도로 민주당’, ‘지역주의 회귀’라고 강하게 비판한 것도 그런 자신감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친노파는 한편으로 통합신당 포기를 요구하는 실력행사를 계속한다는 전략이다. 사수파 당원들의 모임인 ‘열린우리당 혁신운동본부’는 21일까지 전국 16개 시도별 지역본부 출범식을 갖는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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