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찌른 중국…北과 은밀 접촉 뒤 전격 제안

  • 입력 2006년 12월 11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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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여성대대 방문 북한 ‘조선 인민군’ 제3993부대 여성대대를 방문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가운데)이 부대 관계자들과 함께 부대를 둘러보고 있다. 9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사진이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일 여성대대 방문
북한 ‘조선 인민군’ 제3993부대 여성대대를 방문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가운데)이 부대 관계자들과 함께 부대를 둘러보고 있다. 9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사진이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이번 6자회담 재개 합의에는 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다른 참가국들의 허를 찌르면서 회담 개최일을 전격 제안한 게 주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한국 정부는 연내 회담 개최 전망이 상당히 불투명한 것으로 예상했었다. 6자회담 개최 전 북한이 미국이 요구한 영변 5MW 원자로 동결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허용 등 ‘초기 이행조치’를 실천에 옮기겠다는 명확한 의사 표명을 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회담 재개에 동의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회담 개최 시기보다는 회담을 열어 성과를 내는 게 더 중요하다”는 말을 반복해 왔다. 중국도 겉으로는 동의하면서도 속으로는 연내 회담 개최에 상당히 집착해 왔다. 회담 의장국으로서 성과를 내고 싶었던 데다 북핵문제의 안정화가 국익에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주 여러 차례 북한과 은밀하게 접촉해 미국이 지난달 말 베이징 북-미 양자접촉에서 북한에 요구했던 ‘초기 이행조치’에 대한 북한의 의사를 타진했다.

북한은 “회담이 열리면 우리 생각을 얘기하겠다”는 말을 반복했지만 이 과정에서 회담 재개를 희망하는 모종의 신호를 중국 측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회담 개최를 제안할 당시 각 참가국들에 “북한이 명시적이지는 않지만 초기 이행조치 중 일부는 수용할 태세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국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북-미 접촉을 통해 북한이 그렇게 나올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8일 오후 ‘더 시간을 끄는 게 회담 재개에 아무 보탬이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한국과 미국 일본 러시아에 “16일 회담을 재개하자”고 전격 제안했다.

중국은 북한과 조율을 거쳐 16일을 회담 개최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의장국으로서의 중립성 유지 필요성 등을 감안해 공식적으로는 북한에도 중국이 회담 개최일을 제안하는 형식을 취했다. 그러나 북한은 9일 항공편 일정 등을 이유로 회담 개최를 16일보다 조금 뒤로 미루자고 다시 제안했다.

정부는 중국이 북한과의 협의를 거쳐 회담 개최일까지 제안할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과 미국은 중국의 제안을 받은 뒤 면밀한 협의를 거쳐 16일 회담 재개에 찬성했다. ‘북한이 초기 이행조치를 일부라도 수용할 자세’라는 중국의 판단을 믿어보기로 한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의장국의 판단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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