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거품이냐 아니냐” 하루종일 시끌

  • 입력 2006년 11월 1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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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문제를 넘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번져 가고 있는 집값 폭등에 대해 청와대가 또 ‘남의 탓’을 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집값 대란(大亂)’의 결정적 원인으로 꼽고 있는 정부의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은 일절 없었다.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실은 10일 청와대브리핑에 올린 ‘정부, 양질의 주택 대량 공급’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지금 집을 살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들은 조금 기다렸다가 정부의 정책을 평가하고 나서 결정을 해도 늦지 않다”면서 “비싼 값에 지금 집을 샀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는 “최근 부동산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인 것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부동산 투기를 일삼고 부추기거나 부동산 시장을 교란해 온 일부 건설업체, 금융회사, 부동산중개업자, 부동산 언론 등 ‘부동산 세력’에 밀린 탓”이라고 주장했다.

또 “부동산 세력은 부동산 가격이 조금만 움직여도 시장을 불안케 하는 언동으로 무주택 서민들을 안절부절못하게 한다”면서 “이들은 부동산 투기가 일어나야 대박을 터뜨릴 수 있기 때문에 틈만 나면 정부 정책을 왜곡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부동산 세력과 언론이 그동안 정부의 공급 정책에 주목하지 않고 8·31 부동산 종합대책의 투기 억제 정책만을 부각시켜 국민이 오해하게 했다고 강변했다.

●누리꾼 “청와대가 복덕방이냐”

하지만 정부가 그동안 세금 중과(重課)에 의존한 부동산 정책을 강조했고 집값 상승의 진원지인 강남지역 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공급확대론을 자주 비판해 왔다는 점에서 청와대브리핑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청와대는 올해 청와대브리핑에 실린 부동산 시리즈에서 “‘강남공급확대론’은 강남 불패에 대한 미신을 유지시키는 버팀목 역할을 하면서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등 폐해가 크다”(5월 29일), “강남지역 주택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주장은 기우이며 근거가 희박하다”(5월 18일)고 주장했다.

이백만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청와대브리핑 기고문 작성 경위에 대해 “북핵 사태 등 현안이 있을 때마다 발표했던 것과 같은 맥락에서 작성한 글”이라며 “대통령의 지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기고문이 나간 뒤 청와대브리핑과 이를 게재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청와대와 정부를 비판하는 댓글이 잇따랐다.

누리꾼들은 “참여정부의 ‘네탓이오’ 병이 또 도졌다”, “참으로 욕만 나온다. 거의 민란 발생 직전이다”, “청와대가 복덕방이냐” 등의 말로 분노를 나타냈다.

●IMF “한국 부동산 거품 없다”

한편 제럴드 시프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 한국담당부국장은 1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진 한국 정부와의 정례협의 결과에 대한 브리핑에서 “한국의 주택 가격 상승이 확실히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면서도 “현재 한국의 부동산시장에 거품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시프 부국장은 ‘거품’이 아니라고 보는 이유와 관련해 “주택 가격이 올라간 것은 실제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주택 수요가 커지는데 공급이 계속 늘어나지 못하면서 사람들이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이것이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한국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공급이 충분치 않은점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시장의 유연성을 기르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집값 안정을 위한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을 보인 반면 금리 인상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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