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벤치론… 배제론… ‘DJ+盧’ 동력론…

  • 입력 2006년 11월 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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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내 정계개편 논의의 핵심 쟁점이 노무현 대통령을 신당 논의에서 배제할 것이냐는 문제로 압축돼 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노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호남에 공을 들이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당의 진로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영남 출신인 김혁규 의원은 “정계개편의 동력은 김 전 대통령과 노 대통령에게서 나올 것”이라고 했다. 4일 노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했고, 7일과 8일 두 전현직 대통령이 영호남의 정치적 고향을 교차 방문하는 등 일련의 움직임은 두 사람이 ‘정계개편’에서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당내에는 전현직 대통령의 이런 움직임을 노 대통령이 당의 진로 문제에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한 것으로 해석하면서 ‘과연 이를 수용해야 할 것이냐’, ‘노 대통령이 지금 호남에 공을 들인다고 상황이 달라지겠느냐’ 하는 고민과 우려를 하는 사람이 많다. 당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링에서 내려오지 않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최근 ‘노 대통령 벤치론’을 제기한 김근태 의장과 천정배 의원 측도 떨떠름한 반응이다. 정계개편의 장이 벌어지면 대통령을 선수명단에는 넣되 출장은 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당내 반노(反盧) 친노(親盧) 세력을 모두 아우르자는 대안을 제시했으나 먹혀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당대회 개최를 둘러싼 신경전도 만만치 않다. 통합신당에 부정적인 친노 직계 의원들은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구성한 뒤 이 지도부가 당의 진로 문제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태도다. 이는 대의원이나 기간당원 분포로 볼 때 자신들 뜻대로 새 지도부를 선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다.

통합신당파는 이 때문에 전당대회 개최를 반신반의하고 있다.

친노이면서 통합신당을 주장하고 있는 염동연 의원이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연 통합파 의원 23명 모임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왔다고 염 의원이 전했다. 염 의원은 모임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통합 추진에는 100% 의견이 일치했다. 다만 정통성을 부여받은 새 지도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분과 새로운 전당대회는 ‘분당대회’에 불과하다며 무용론을 제기하는 분도 있다”고 전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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