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으로 허위자백 간첩 누명쓴 함주명씨“14억 배상” 판결

  • 입력 2006년 11월 4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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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혐의로 체포돼 ‘고문기술자’ 이근안 씨의 고문을 견디다 못해 허위자백한 뒤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함주명(75·사진) 씨에 대해 이 씨와 국가가 14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판사 강민구)는 3일 함 씨와 그 가족들이 이 씨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 씨 등은 함께 14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씨 등 대공수사관들의 함 씨에 대한 불법체포와 감금, 고문 등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이 씨는 물론,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에 대해 국가도 배상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에 대해 “국가가 고문 피해자를 범죄자로 만든 사건에서 국가가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북한 개성에서 살던 함 씨는 1954년 남한으로 내려온 가족을 찾기 위해 대남공작원(간첩)을 자원해 남한으로 내려와 자수했다. 그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하지만 1983년 영문도 모른 채 간첩혐의로 체포됐고 치안본부는 “함 씨가 석방 뒤 30여 년간 북한의 지령을 받아 고정간첩으로 활동해 왔다”며 간첩사건을 조작해 발표했다.

이 씨가 함 씨를 고문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함 씨는 2003년 국가보안법 사범으로는 처음으로 법원의 재심 결정이 내려져 지난해 7월 서울고법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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