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규 국정원장 왜 사의 표명했나

  • 입력 2006년 10월 27일 1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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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 국장원장이 사의를 표시한 것은 외교안보 라인의 전면 교체라는 인사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선출로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인사 요인이 발생한 상황에서 25일 윤광웅 국방장관에 이어 26일 이종석 통일장관의 사의표명이 확인되면서 전면교체 쪽으로 분위기가 흘렀기 때문이다.

국정원이 사의 배경을 "외교안보 진영을 새롭게 구축하는데 부담을 드리지 않기위해"라고 설명하고 있는 점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해 준다.

결과적으로는 김 원장이 외교안보 수장들의 줄사퇴 행렬의 막차를 탄 형국이 됐다.

그러나 국정원 내에서는 이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시기를 전후해서도 김 원장의거취를 놓고 유임 쪽에 가까운 기류가 일부 감지됐다는 점에서 의외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런 시각에는 업무의 연속성 측면에서라도 외교안보라인에서 한두 명 쯤은 유임돼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아나가야 한다는 논리가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이런 기류는 전면교체 쪽으로 가닥을 잡은 듯했던 청와대 분위기와는 온도차가 있었다는 점이다. 실제 청와대 쪽에서는 애초 이종석 장관만 유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국정원이 수사한 대공(對共) 사건과 연결짓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단순히 북한 공작원 접촉사건에서 운동권 출신 386들이 연결된 간첩사건으로까지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부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하고 사무부총장이 조사를 받고 있는 민주노동당 측이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정원이 상당 기간의 추적과 수사를 거쳤다는 이번 사건이 북한의 핵실험으로 안보 불안감이 확산되는 시점에 불거져 나와 그 배경을 둘러싼 의혹까지 진보진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점은 김 원장의 사의 표명을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관측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심지어는 김 원장이 취임 직후 '본연의 임무'를 강조하며 대북 화해협력 기조에 따라 멈칫했던 대공 수사라인에게도 힘을 실어줬다는 후문이 나오고 있는 만큼 참여정부 주류와는 '코드'가 맞지 않은 게 아니냐는 시각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수사라는 것 자체가 계속 진행해오다가 어느 시점에 결정적인 증거를 포착하는 등 혐의가 뚜렷해 졌을 경우 그 결과물이 나온다는 점을 들어 이번 사건과 김 원장의 사의 표명을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해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이번 수사가 정국과는 무관하게 최근 영장 청구와 함께 노출되면서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꼴이 된 것처럼 김 원장의 사의 역시 오비이락에 해당한다는 설명인 셈이다.

결국 김 원장의 사의 결심은 외교안보라인의 물갈이라는 거센 흐름에 따라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는 관측이 우세한 편이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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