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사건에 민노 '반발… 열린우리당 386 '촉각'

  • 입력 2006년 10월 27일 16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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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은 27일 전·현직 당직자들이 '간첩 혐의'로 체포 또는 구속된 것과 관련해 '노무현판 공안사건' 등의 원색적 표현을 동원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특히 최기영 사무부총장의 체포에 대해선 "진보세력에 대한 대대적 조작사건 의혹"을 거론하며 단호하면서도 신중한 대응을 다짐했다.

'공당'의 핵심 당직자를 혐의 내용에 대한 설명과 사전통보 없이 연행하고, 밝혀지지 않은 혐의를 굳이 당과 결부시켜 언론을 통해 공표하는 것은 진보정당에 대한 조직적 탄압 의도를 의심케 한다는 게 민노당의 주장이다.

민노당은 이날 긴급 최고위원·의원단 연석회의를 열어 이해삼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대책기구를 구성하고 진상 파악과 함께 법적 대응을 포함한 강력한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 문성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공안기관이 당에 대한 '음해 및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정치적 배경과 의도 등을 분석해 단호하지만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박용진 대변인이 전했다.

이와 함께 문 대표는 국정원 최고 책임자를 국회로 불러 이번 사건에 대한 엄중한 항의의 뜻을 전달하고 명확한 설명을 요구하기로 했다.

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번 일은 국정원내 공안세력의 의도된 준동의 결과로 본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어 민노당 일부 최고위원과 당직자들은 서울 내곡동 국정원 앞에서 사흘째 규탄회견을 열고 "현 상황은 국정원이 선두에 서서 만드는 민노당 탄압, 신공안 탄압"이라며 국정원의 사과와 관련자 문책, 민노당 전·현직 당직자 석방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민노당 내에서는 이달 말로 예정된 방북을 앞두고 이 같은 사건이 터진데 대해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방북이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 대변인은 "방북은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양대 계파인 자주파(민족해방·NL)와 평등파(민중민주·PD)간 대응 방식 혼선으로 노선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박 대변인은 "시민단체처럼 국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해봤자 정치적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있었을 뿐"이라며 "앞으로 국정원 앞 회견을 하지 않고 음모나 조작이 있는 지 냉정히 따지면서 대응하자는 데 당 전체가 이미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한편 간첩 혐의로 구속된 장민호 씨의 메모에 옛 여당 의원 보좌관 등 '386 운동권' 출신 인사들의 이름이 적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열린우리당 소속 386 정치인들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이들은 공안 당국이 사건의 실체를 조속히 밝혀 386 전체에게 덧씌워진 '누명'을 벗어야 한다며 조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주문하고 있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우상호 대변인은 "수사 초기단계라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만큼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면서 "체포되거나 구속된 이들도 전대협 세대와 교분도 없어 정치권에 깊숙이 관여할 만한 이들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대협 의장을 지낸 임종석 의원은 "단순한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사안인지 조선노동당 가입 등 국보법 위반이 있었는지 검찰과 국정원이 조속히 밝혀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여당 386 인사들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역시 전대협 의장 출신인 오영식 의원은 "삼민투 시절은 학생운동이 대중화되기 이전이라 전대협 세대와 다르고 교류도 적었다"고 말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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