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병직의 오버?’ 건교장관 신도시 발표 경위 의혹 증폭

  • 입력 2006년 10월 27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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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검단신도시 일대의 투기 열풍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 시민이 이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에 걸린 시세판을 유심히 보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인천 검단신도시 일대의 투기 열풍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 시민이 이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에 걸린 시세판을 유심히 보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청와대가 26일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의 수도권 신도시 건설 발표 과정에 대한 종합적 점검에 들어갔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신도시 문제 등 구체적 내용들은 건교부 장관이 재량과 판단에 따라 얘기한 것”이라며 가급적 의미를 축소하려고 애썼으나 청와대 내부에서도 추 장관 발언의 파장을 간단치 않게 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신도시 예정지역 주변의 집값과 땅값이 급등하면서 추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코드 맞추기’와 무소신, 돌출 발언으로 물의를 빚으면서도 1년 7개월째 장관직을 유지해 온 추 장관이 더는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 추 장관 ‘깜짝 발언’ 어떻게 나왔나

추 장관은 23일 국무회의에 참석한 뒤 오전 11시경 건교부 기자실을 방문했다. 이어 관련 자료는 물론 메모지 한 장 없이 신도시 추가 건설 계획을 밝혔다.

이날 추 장관의 기자실 방문은 불과 30분 전에 기자들에게 통보됐을 정도로 느닷없이 이뤄졌다. 건교부 관계자가 “공급정책에 대한 원론적인 수준의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을 정도로 건교부 내부에서도 추 장관의 발표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추 장관은 기자들에게 예정 지역은 밝히지 않은 채 “집값 불안을 막기 위해 기존 부동산 종합대책 추진과 함께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 규모의 신규 신도시를 수도권에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이 애매했는지 박선호 건교부 주택정책팀장은 보충 설명을 통해 “이달 중 신도시 한 곳과 규모가 확대되는 기존 신도시 한 곳을, 내년 상반기에는 분당 규모의 신도시를 한 곳 이상 각각 발표할 것”이라고 다시 설명했다.

통상 신도시는 철저한 보안 속에서 예정지역과 개발계획, 투기방지대책 등을 확정한 뒤 전격적으로 발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또 당시만 해도 관계 부처 협의는 물론 건교부 안에서조차 완벽한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한다.

○ 추 장관의 독단적인 발표, 왜?

추 장관은 왜 관련 부처와의 사전 조율도 없이 이렇게 신도시 건설 계획을 불쑥 발표했을까.

건교부 안팎에서는 추석 이후 서울 등 수도권의 집값 오름세가 심상치 않았던 점이 배경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3·30후속대책 이후 잠잠하던 집값이 서울 강북 소형아파트와 재건축을 중심으로 다시 오르기 시작해 수도권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자 공급 확대 메시지를 던져 ‘조기 진화’를 하고자 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박병원 재경부 제1차관도 “부동산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건교부 장관이 서둘러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집값 불안에 당황한 추 장관이 이 같은 상황을 조금이나마 잠재우기 위해 충분한 논의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신도시 건설 방침을 미리 앞당겨 언급했다는 분석이 많다.

○ 발언 나오자마자 후보지 10여 곳 ‘들썩’

추 장관의 발언이 나오자 시장에서는 인천 검단, 경기 이천 포천 광주시 등 10여 곳이 신도시 후보지로 떠올랐다.

곳곳에서 투기 조짐이 일어났다. 부동산중개업소에는 집이나 아파트를 사려는 문의가 급증했고, 집주인들은 팔려고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였다.

특히 신규 신도시나 확대되는 신도시의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된 인천 검단신도시와 파주신도시 일대에서는 투기바람이 더욱 거셌다.

추 장관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집을 사봐야 비싼 가격에 사는 것인 만큼 정부를 믿고 기다려 달라”고 했지만 시장은 그를 신뢰하지 않았다.

한편 추 장관이 돌출 발언을 한 다음 날인 24일 정문수 대통령경제보좌관과 서울 광화문 부근의 한 식당에서 만난 것으로 알려져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 대변인은 26일 “추 장관이 23일 기자실을 찾기 직전 정 보좌관에게 전화로 ‘공급 확대와 관련된 내용을 기자들에게 알리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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