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 직후에는 초당 대처 외치더니…정치권 ‘핵분열’

  • 입력 2006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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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 이후 정부와 여당에선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에 대한 한국의 참여 확대 문제를 놓고 서로 대립되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통상위원회는 대북 규탄 결의안의 내용을 둘러싼 여야의 이견으로 연이틀 논란만 벌이다 말았다. 정부와 정치권이 국가위기 사태를 관리하고 수습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PSI 참여 여부 놓고 여권 자중지란=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는 일단 PSI 참여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방침을 정리한 것 같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제1차관이 10일 국회에서 “PSI에 부분적 또는 사안별로 참여하려 한다”고 말한 데 이어 11일 정부 당국자도 “PSI 참여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PSI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유 차관이 PSI 부분 참여를 언급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PSI는 나포와 수색 과정에서의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열린우리당이 정부 방침에 정면 반발하고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자 당 고위 관계자는 뒤늦게 “김 의장의 PSI 관련 언급은 그의 평소 소신이지 당론으로 결정된 건 아니다”라며 “당 차원에서 이 문제를 논의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최고중진회의에서 PSI 전면 동참을 촉구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통해 이미 1차 레드라인(한계선)을 어긴 데 이어 핵무기를 수출함으로써 2차 레드라인까지 넘어설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해상봉쇄까지 포함돼 있는 PSI에 당장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핵 결의안도 채택 못한 국회=여야는 북한의 핵실험 직후 국정감사를 이틀 미루고 이례적으로 10∼12일 사흘간 정부를 상대로 긴급 현안 질문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개성공단 사업과 금강산관광 사업 중단 여부, 외교안보 라인 문책 여부, 대북 포용정책의 폐지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려 논란만 되풀이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포용정책만을 계속 주장하기 어렵게 됐다”고 했으나 김근태 의장은 “지금은 포용정책을 폐기할 때가 아니다”고 받았다.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미사일 발사를 이유로 인도주의적 지원을 중단하는 등 참여정부의 대북 정책에 일관성이 부족했던 게 북한을 설득할 수단을 상실케 했다”(천정배 의원), “그동안 ‘북핵 불용,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해결, 한국의 적극적 역할’ 등 정부의 북핵 3원칙 기조를 지지해 왔지만 그런 태도를 견지할 수가 없게 됐다”(김명자 의원)는 등 중구난방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는 10일에 이어 11일 전체회의에서 북핵 결의안 채택 문제를 논의했으나 안건을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결의안에 금강산관광 사업과 개성공단 사업 중단 내용을 넣자는 한나라당과 핵실험 반대 내용만 담자는 열린우리당이 맞섰기 때문이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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