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나쁜 행동은 어느 누구도 보호해줄 수 없다”

  • 입력 2006년 10월 8일 20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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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관계◀

중국 ‘공개 경고장’에 북한 군부 강력 반발…감정의 골 더 깊어져

"나쁜 행동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보호해줄 수 없을 것이다."(I think that for bad behavior, no one is going to protect them)

왕광야(王光亞) 유엔주재 중국대사가 5일 북한의 핵실험 강행 계획을 두고 강도 높은 경고를 했다. 북-중관계가 더는 과거처럼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이 될 수 없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중국과 북한의 긴장감 고조=북한 핵실험 임박설이 돌기 시작하면서 중국은 북한과의 접경지역에 군 병력을 추가 배치하고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영국 선데이타임스 인터넷판이 8일 전했다. 양국 관계에 이상기류가 흐르는 듯한 구체적인 징후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동북아시아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최악의 경우 김정일 정권이 붕괴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북한 난민 수십만 명이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몰려들 것이라는 게 중국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중국을 향한 북한의 분노도 만만치 않다.

로이터 통신은 8일 중국 베이징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왕 대사가 '보호'라는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 북한 군부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 시기가 이로 인해 앞당겨질 가능성까지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중 관계 변화 전망=북한의 핵 실험 움직임을 둘러싼 양국의 감정적 골도 점점 깊어지는 형국이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런민(人民)대학교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8일 "중국이 현재로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특사를 파견해 북한을 설득하는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북한은 7월 미사일 발사이후 국제사회의 제재에 동참한 중국을 중재자로서 인정하지 않아 중국으로서는 현재 북한을 설득할 능력도 기회도 없는 상태"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 이후. 국제사회가 유엔헌장 7장에 따라 군사적 제재를 포함한 대북 제재를 결의한다면 중국도 어떤 태도를 취해야할지 결단을 내려야한다. 진퇴양난의 처지에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대만 중앙통신은 5일 곧 발간될 홍콩의 시사잡지 '개방(開放)' 최신호를 인용해 중국이 이미 북한의 핵실험으로 야기될 제3국의 침략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조중우호조약' 개정 카드를 꺼내 북한 핵실험을 간접 경고했다는 미확인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핵실험을 둘러싸고 북-중 관계도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는 징후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하종대특파원 orionha@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북-미관계◀

유일한 교섭창구 ‘뉴욕채널’ 끊기나

日언론 “北, 한성렬 후임 임명않기로”

외교관계가 없는 미국과 북한간의 교섭창구 역할을 맡아왔던 '뉴욕 채널'이 와해위기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북한은 한성렬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 차석대사를 통해 뉴욕채널을 유지해왔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는 박길연 대사가 유엔 업무를, 한 차석대사가 대(對) 미국 업무를 맡는 식으로 역할분담을 해왔기 때문이다. 한 차석대사는 미국과의 창구이자 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보좌역도 담당해왔다.

한 차석대사는 5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돌아갈 예정이다. 현재까지는 김명길 군축평화연구소(외무성 산하) 수석연구위원이 한 차석 대사의 후임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일본의 마이니치신문이 7일 북-미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당초 한 차석대사 후임으로 알려진 김명길 수석연구위원은 차석대사 보다 아래 단계인 참사관으로 내정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한 차석대사의 후임을 임명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 같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어 "북한 당국이 외교관들에게 미국 정부와 접촉을 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

로 보인다"며 "북-미간 채널이 기능 정지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경고 성명을 채택하는 과정에서도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엔 소식통은 6일(현지시간) "북한은 이번 의장성명 채택과정에 아무런 관심도 나타내지 않았다"며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이런 북한의 태도에 대해 안보리가 우려하고 있을 정도"라고 밝혔다.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안보리가 결의문을 채택할 때에는 박길연 대사가 안보리 회의에 참석해 반박하기도 했었다.

뉴욕=공종식특파원 kong@donga.com

▶미-중관계◀

“부시, 후진타오에 특사요청 계획”

NYT보도…“中 역할 한계” 의견도

대북 제재의 성공 열쇠를 중국이 쥐고 있다고 보는 미 행정부는 물밑 외교라인을 통해 중국의 협조를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조만간 후진타오 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대북 특사 파견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뉴욕타임스가 미 행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특사를 통해 핵실험이 초래할 놀랄만한 결과를 경고해 달라는 것.

그러나 미 행정부 내에는 "7월 미사일 발사 직전 중국 측 특사가 북한에서 '찬밥신세'를 당하고 돌아온 것에 비춰 이번에도 설득을 통해 북한을 저지할 수 있는 중국의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들이 많다.

결국은 중국이 실제로 제재에 동참할지 여부가 관건인데 미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중국도 유엔 안보리가 제7장을 포함하는 제재 결의를 하는데 반대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소식통은 "미 행정부는 중국이 '조-중(朝-中) 혈맹'과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국가'라는 두 축 사이에서 아주 느리지만 한발 한발(step by step) 국제사회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며 "핵실험이 중국의 그 같은 보폭을 빠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중국이 대북 석유공급 중단 같은 실질적인 제재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 게 미 행정부의 분석이다.

한 소식통은 "미국은 중국이 비공개리에 대북 석유공급을 지렛대로 사용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는 대신 중국 측에 "미국은 북한 정권의 급작스런 붕괴 등 체제 변화를 목표로 하지 않으며, 한반도에 정치적 변화가 생긴다 해도 이를 통해 정치적 이익을 구할 의도가 전혀 없다"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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