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FTA특위 여야 없이 '노대통령 방송발언' 성토

  • 입력 2006년 9월 29일 20시 14분


국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특위의 29일 회의에서는 여야 위원들이 특위활동의 문제점을 지적한 노무현 대통령의 '방송 발언'에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강도 높은 성토를 벌였다.

노 대통령이 전날 밤 방영된 MBC 시사프로그램 '100분 토론'에 출연해 "국회가 이따금씩 한번씩 (회의) 열어 가지고 (정부에) 서류 보자고 하고 안 보여준다고만 논쟁할 뿐이지, 실제로 지금 회의를 일주일마다 여는 것도 아니고, 느긋하게 하고 있더라"며 공개 비판한데 대해 특위 위원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발끈하고 나선 것.

포문은 위원장인 열린우리당 홍재형 의원이 열었다. 홍 위원장은 이날 회의를 시작하면서 "어제 모 방송국 토론프로그램에서 노 대통령께서 국회와 관련해서 한 말에 대해 한 말씀 드리겠다"고 운을 뗀 뒤 "우리 특위가 제대로 활동하고 있지 않다고 말씀하신데 대해 유감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상상에서 나온 말인지 누가 허위보고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특위가 7월말 구성된 이후 한 주에 한번씩 회의를 열었는데 대통령이 전 국민이 보는 방송에서 특위가 게으르고 형식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처럼 말을 한 것은 위원장으로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노 대통령이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말씀하시니까 국민의 신뢰도가 자꾸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여당 의원으로서는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잘 보고드렸어야 했는데 할말이 없다. (앞으로) 자세히 충실히 보고드리겠다"며 정중하게 사과했다.

그러나 김 본부장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특위 위원들의 책임 추궁과 대통령에 대한 유감 표명은 계속됐다.

열린우리당 간사인 송영길 의원은 "정부가 한미 FTA를 추진할 때 야당은 물론 여당과 충분한 논의를 하지 않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했는데 난데없이 (노 대통령이 책임을) 국회에 전가하니 심각한 문제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은 "정부와 여당이 FTA를 두고 이렇게 불협화음을 낸다면 도대체 협상이 어디로 가겠느냐"면서 "국회의 역할을 대통령이 무시하는 발언을 한데 대해 유감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신중식 의원도 "외교부가 자신들의 잘못이라고 답변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청와대의 해명과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도 "(한미 FTA) 졸속 추진에 대한 한마디 사과나 대책의 말씀 없이 책임을 국회에 전가하는 노 대통령의 태도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가세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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