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단호 “모든 조치 취할 것”…中 당혹 “우려 표시했건만”

  • 입력 2006년 7월 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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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념일에 날아든 급보에 긴장▼

미국은 230주년 독립기념일이자 연휴 마지막 날인 4일 오후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 급보(急報)가 날아들었지만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는 듯 기민하게 대응했다.

독립기념일 축하 행사와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의 성공적인 발사로 다소 들떴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긴장 국면으로 바뀌었다. 미국은 그동안 일본과의 긴밀한 공조 체제로 북한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해 왔다.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오후 2시 33분 북한이 첫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미사일이 추가 발사될 때마다 계속 알렸다.

보고를 받은 부시 대통령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해들리 보좌관을 불러 대응책을 논의했다. 국가안보회의(NSC) 참모들은 긴급대책회의를 마친 뒤 준비된 조치들을 즉시 행동에 옮겼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오후 6시경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고 “북한이 다시 고립을 자초했다”고 비난했다. 백악관의 첫 공식 견해였다. 그는 세 번째로 발사된 장거리 미사일이 실패로 끝난 사실을 지적하며 외교적 공세도 취했다.

유엔에서는 이날 오후 존 볼턴 대사가 안전보장이사회 국가들과의 비공식 협의를 시작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스노 대변인과 해들리 보좌관은 오후 6시 반부터 전화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이 24∼48시간 안에 취할 대응책 등을 설명했다.

백악관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자제 요청을 무시하고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다른 나라들을 협박하는 도발 행위”라고 규정한 뒤 “우리 스스로와 동맹의 보호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계속 취해 나갈 것”이라는 단호한 뜻을 밝힌 공식 방침을 이날 밤 늦게 공개했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한중일 3국 정부 관계자들과 실무협의를 하기 위해 6일 비행기에 오른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공식논평 미룬채 사태파악 분주▼

중국 정부는 북한 미사일이 발사된 5일 낮까지도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은 채 사태를 관망하다 이날 오후 8시경에야 지극히 원론적인 성명을 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국제사회가 각종 대북 경고를 쏟아 놓은 지 10시간이나 지난 뒤였다.

중국 외교부는 웹사이트에 올린 류젠차오(劉建超) 대변인 명의의 짤막한 성명에서 이번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시한 뒤 “모든 관련 당사자가 침착하게 자제하면서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는 일들을 하고 상황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은 보통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즉각적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도 오전엔 “정확한 상황 파악을 위해 더 많은 정보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고, 오후엔 “공식 논평을 준비하고 있지만 언제 나올지는 모른다”며 시간을 끌었다.

중국으로서도 적지 않게 곤혹스러워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입술(脣)과 이(齒)’의 관계로 불리는 맹방 북한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북한에 가장 영향력이 큰 중국은 도대체 뭘 한 것이냐”는 국제사회의 비난도 감수해야 하는 처지를 그대로 보여 준 셈이다.

중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이 감지된 이래 수차례에 걸쳐 우려를 표시해 왔다. 중국 외교부는 최근 주중 북한대사를 통해 북한에 중국 정부의 우려를 전달했고,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지난달 28일 “사태를 악화시킬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U “6자회담 복귀해 대화로 풀어야”

나토 “국제사회 단호한 대응 필요”▼

유럽과 러시아, 아시아 국가들도 5일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일제히 우려했다.

유럽연합(EU)은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유예선언 준수와 6자회담 복귀를 촉구했다.

에마 우드윈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지역에 긴장을 조성할 뿐”이라며 “북한이 1999년 약속한 미사일 발사 유예선언으로 돌아올 것과 (6자)회담에 복귀해 대화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긴급이사회 모임을 열고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NATO는 이날 성명에서 “북한의 미사일 확산 및 도발 행동은 국제사회로부터 단호한 반응을 필요로 한다”면서 “우리는 북한에 대해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즉각 중단하고 미사일 발사 유예선언을 재확인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비난하면서도 사태 파악이 우선이라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미하일 카미닌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이 (미사일 개발) 동결 약속을 어기고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한 것에 대해 유감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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