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대표 피습에서 수술까지 시간대별 상황

  • 입력 2006년 5월 21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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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습격한 지모 씨는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유세 현장에서 한나라당 지지자인 것처럼 위장해 청중 속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박 대표를 공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유세를 지켜 본 한나라당 당직자들과 시민들의 증언 및 한나라당이 공개한 동영상에 따르면 사건은 오후 7시20분경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부근에 설치된 유세차량 연단 앞에 박 대표가 등장한 직후 벌어졌다.

박 대표는 이날 오후 7시부터 시작하기로 돼 있던 신촌 현대백화점 앞 유세 현장에 예정보다 10분 늦게 도착했다.

박 대표는 오후 7시10분경 현대백화점 맞은 편에 자신의 에쿠스 승용차를 세우고 횡단보도를 건너 현대백화점 쪽으로 이동했다.

박 대표가 청중 600여 명이 모여 있던 현대백화점 앞 정문 앞으로 다가오자 청중들이 '박근혜'를 연호하며 박수를 쳤다.

이때 한 남성(나중에 유세 차량 단상의 마이크를 짚어 던진 박 씨로 확인됨)이 "박근혜가 뭐가 좋다가 박수치냐. 한나라당이 한 일이 뭐 있냐"고 소리쳤다.

박 대표는 청중들과 악수하면서 유세차량 쪽으로 계속 이동해갔다.

이 때 지 씨는 청중속에 있다가 연단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는 유세차량 왼쪽 편으로 계속 다가가고 있었고 박 씨는 유세차량 중앙 쪽으로 이동했다.

오후 7시 20분경 박 대표가 유세 차량으로 올라가기 위해 첫 번째 계단을 딛는 순간 박 대표를 따라 유세차량 쪽으로 이동했던 지 씨가 박 대표에게 악수를 청했다.

박 대표가 오른 손을 내밀자 지 씨가 박 대표 손을 잡고 끌어 당기면서 왼손에 들고 있던 커트칼로 박 대표의 오른쪽 뺨을 그었다.

이성헌 사무부총장은 "지 씨가 '죽어'라고 외치면서 유세차에 오르려고 첫 계단을 밟은 박 대표의 얼굴을 칼로 긋는 것을 직접 봤다"고 말했다.

일부 목격자들에 따르면 지모 씨가 커터칼로 박 대표를 공격한 뒤 부근에 있던 박모 씨와 또 다른 한 명은 "박근혜 죽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갑작스런 공격으로 오른쪽 얼굴 아랫 부분을 다친 박 대표는 얼굴이 상기된 채 상처 부위를 두 손으로 감싸 쥐고 몸을 웅크렸고 이 장면을 지켜본 시민들은 놀라 비명을 지르면서 주변은 아수라장이 됐다.

오세훈 후보측 정택진 부대변인은 "괴한 한 명은 박 대표에게 악수를 청하는 척하면서 칼로 오른쪽 뺨을 그었고, 그와 동시에 다른 괴한은 박 대표의 안면을 주먹으로 때렸다"고 전했다.

유정복 대표 비서실장과 박 대표 경호원들은 시민들과 합세해 용의자 2명을 현장에서 붙잡았으나 나머지 한 명은 그대로 달아났다. 일부에서는 범인이 모두 6명이라고 말했다.

당시 청중들이 지 씨에게 달려들어 지 씨를 때리려하자 당원들이 지 씨를 백화점 쪽 공중전화 부스 뒤편으로 데려갔다.

현장에서는 당원들이 지 씨를 제압하는 순간 누군가가 "저 놈이 전에 K 의원한테도 달려들어 때리려고 했던 놈이다"고 소리쳤다.

이 부총장은 "사건 직후부터 마이크를 잡고 경찰이 있으면 와 달라고 외쳤고, 전화로도 수차례 경찰을 불렀는데 박 대표가 떠난 뒤인 30분이 지나서야 제복을 입은 경찰 3명이 왔다. 그 때까지 흉기를 휘두른 가해자를 시민들이 직접 붙잡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됐다"고 말했다.

이 부총장은 또 "행사전 사람이 너무 많아 혼잡했는데도 경찰이 안보여 관할서에 지원을 요청했고, 교통경찰이 오긴 했지만 협조가 잘 안됐다"고 주장했다.

지 씨가 박 대표를 공격한 이후 박 씨는 유세 차량 위에 있던 마이크 지지대를 연단 아래로 집어 던지기도 했다.

박 대표는 사고 직후 당직자와 경호원들에 둘러싸인 채 자신의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인근 신촌 세브란스병원 응급실로 옮겨갔다.

박 대표는 오후 7시 45분경 응급실 도착고 바로 의사가 상처를 확인했다. 박 대표는 오후 8시 15분에 수술실로 옮겨졌고 9시 15분에 본수술을 시작됐고 11시 10분에 수술이 끝났다. 1시간 55분 가량 수술을 받았다. 수술이 한 시간 정도 늦어진 이유는 이물질을 세척하고 몇 가지 필요한 검사가 필요해 시간이 걸렸다고 병원측은 밝혔다.

국소마취를 한 상태에서 모두 60바늘을 꿰맨 수술을 받았다.

병원측은 특수소재의 실을 사용해 흉터가 많이 남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수술을 끝낸 박 대표는 "수고하셨다"는 짧은 인사를 건네고 20층 VIP 병실로 이동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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