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로 대우했는데 北, 뭐가 달라졌나”

  • 입력 2006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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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의 북한 인권운동가 수전 숄티(47·사진) 디펜스포럼 대표를 보면 두 가지 이미지가 떠오른다.

175cm가 넘는 큰 키에 날렵한 인상, 빠른 말씨와 한결같은 표정은 그를 ‘철(鐵)의 여성’으로 믿게 만들지만 공개 행사장에서 자주 흘리는 눈물은 감수성이 풍부한 여성성을 느끼게 한다.

24일 밤 워싱턴 외곽의 한 한인장로교회에서 열린 ‘김정일의 대학살 전시회’ 개막식. 그는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가 맛있는 것, 살 빼는 것을 고민하는 동안 지구 반대편의 북녘 동포들은 굶주린 채, 자유를 빼앗긴 채 살아간다”는 설교 대목에서 그는 눈물을 훔쳤다.

워싱턴 인권운동가들은 22∼28일 한 주간을 북한 인권주간으로 선포했다. 의회 청문회, 백악관 및 주미 중국대사관 앞 시위, 북한의 참상을 담은 사진 전시회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모든 행사 실무를 그가 주도하고 있다.

―북한 인권 문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6자회담 우선원칙에 밀려 뒷전에 있었다.

“이번 주 인권주간 행사는 지난주 미중 정상회담에서 지적된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와 더불어 중요한 반전의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북한이 한국인 일본인 이외에도 싱가포르 네덜란드 태국 베트남 루마니아 요르단 등 10개국에서 추가로 무차별 납치를 자행했다는 증언을 의회 청문회를 통해 내놓겠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다시 북한 인권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미국에선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부터 선의를 갖고 북한을 상대한 이가 많다. 그러나 북한이 무엇이 달라졌던가. (대화를 통해)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데 나는 회의적이다.”

―그동안 북한 인권 운동을 통해 무엇을 얻었나.

“미국과 국제 여론이 달라졌다. 운동을 통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변화의 고리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북한에 영향력이 큰) 중국이 탈북자를 체포해 강제 북송하는 등 스스로 서명한 국제규약을 지키지 않고 있다. 또 중국이 자국 내 탈북자 지원 운동가를 탄압하는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1996년부터 탈북자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는데 계기가 있었나.

“1996년 이전에는 워싱턴에서 안보 문제를 다루는 디펜스포럼(재단)에서 일했다. 그러다 북한의 핵문제가 불거졌고, 인권 탄압 문제 해결이 (지역 안보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절실하다는 걸 느꼈다.”

그는 고교 재학 시절이던 1976년 로널드 레이건 후보의 공화당 경선운동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고, 윌리엄&메리대 졸업 후 맥 스위니(공화) 하원의원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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