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후보 한명숙 의원]‘재야 맏언니’ 나라살림 맡다

  • 입력 2006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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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열린우리당 한명숙 의원이 24일 오후 국회의사당으로 들어오면서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김경제  기자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열린우리당 한명숙 의원이 24일 오후 국회의사당으로 들어오면서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김경제 기자
《24일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한명숙(韓明淑·62) 열린우리당 의원은 여자 나이로는 늦은 41세에 아들 ‘길’을 낳았다. 1967년 이화여대를 졸업하던 해 남편 박성준(朴聖焌·66) 성공회대 겸임교수와 평생 가약을 맺은 지 18년 만에 본 유일한 혈육이다. 거기에는 사연이 있다. 남편 박 씨가 결혼 6개월 뒤인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돼 13년간 복역하게 되면서 따로살이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새색시에서 중년을 바라보게 된 13년의 긴 세월 동안 한 총리 후보자는 1개월에 한 번 허용된 면회와 1주일에 한 차례 오가는 편지를 통해서만 부부의 정을 나눌 수 있었다.》

아들의 이름은 박한길. 남편의 성과 자신의 성에 이름 ‘길’을 지어 붙였다. 이 아들은 지난해 2월 군에 입대해 경기 북부의 한 공병부대에서 현역병으로 근무 중이다.

한 후보자는 1980, 90년대 재야 여성운동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성향도 진보적이다. 국가보안법 폐지나 과거사 정리에 대해 강한 입장을 갖고 있고, 미국의 이라크전쟁에도 비판적 태도를 보여 왔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대학 시절 초기에만 해도 ‘평범한 문학소녀’였다는 게 한 후보자의 얘기다. 대학 3학년 때 이화여대와 서울대의 기독교 연합서클인 ‘경제복지회’ 활동을 하면서 남편을 만나 ‘세상에 눈을 떴다’고 한다.

남편의 구속을 계기로 재야운동에 뛰어든 한 후보자는 1979년 아카데미 간사들이 교육생들에게 용공 교육을 시켰다는 ‘크리스챤아카데미 사건’으로 구속돼 2년 6개월간 복역했다.

재야 여성운동계의 ‘맏언니’였던 그가 정치에 발을 들인 것은 2000년 새천년민주당이 창당될 때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통해 영입된 한 후보자는 그해 16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달았다.

2003년 환경부 장관 때에는 ‘사무실 안에서 넥타이를 매고 있는 것’, ‘일과 후 윗사람이 퇴근할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 등을 비효율적 관행이라고 꼬집은 일로 유명하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화합 정치’를 내세워 한 후보자를 새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안이 통과되면 한 후보자는 한국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된다.

한 후보자는 늘 ‘세상을 움직이는 부드러운 힘’을 강조한다. 살벌한 정치판에서도 운동권 출신답지 않게 싸움의 전면에 나선 적은 별로 없다. 그러나 유신 시절 몸으로 겪은 경험 탓인지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에 대해서는 몇 차례 각을 세웠다. 지난해 10월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그는 “과거사의 과오에 대해 반성은커녕 ‘국가의 정체성’을 수구적인 ‘색깔론’으로 포장해 국민 분열을 획책하고 선동하는 박 대표의 모순된 역사관은 전범에 참배하며 동양 평화를 외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망동과 닮은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가 내세우고 있는 모성(母性) 정치가 상생(相生)의 정치로 빛을 발할지, 재야운동과 두 차례의 장관(환경, 여성부) 경력만으로 복잡한 갈등 과제가 산적한 국정 전반을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인지…. 그는 이제 막 냉엄한 시험대에 올랐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韓 총리후보자 약력▼

△평양 출생 △이화여대 불문학과 졸업 △한국여성민우회 회장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16, 17대 국회의원 △여성부 장관 △환경부 장관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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