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대는 공무원에 줄세우는 단체장

  • 입력 2006년 3월 2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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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직 지방자치단체장 26명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적발됐으며 이 가운데 11명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거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들을 포함해 지금까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적발한 중앙 및 지방 공무원이 모두 258명에 이른다고 19일 밝혔다.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이 15일 서울의 한 실업계 고교를 방문하는 행사에 동행했던 교육인적자원부 김홍섭 학교정책국장과 서울시교육청 서남수 부교육감 등 공무원 8명이 경고 조치를 받는 등 중앙 정부 차원의 관권선거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선관위로부터 ‘휘하 공무원들이 정당 행사에 참석하는 일이 없게 해 달라’는 협조 요청 공문을 받았다.

선관위는 조직 내부의 선거법 위반 행위를 고발한 사람에게 최고 5억 원의 포상금을 주기로 하는 등 관권선거 근절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 내부의 불법을 고발한 공무원이 신분에 불이익을 받으면 선관위 직원으로 특채도 한다.

▽단체장 선거법 위반 사례 잇따라=선관위는 이시우(李時雨) 충남 보령시장과 서찬교(徐贊敎) 서울 성북구청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시장은 지난해 각종 향우회와 주민 친선행사에 참석해 자신의 이름을 표시한 보령머드비누 250만여 원어치 1450개를 주민에게 나눠준 것이 적발됐다. 서 구청장은 이모 씨 등 자신의 지역구 서울시의원 3명에게 의정활동비 명목으로 50만 원씩 모두 150만 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박홍섭(朴弘燮) 서울 마포구청장은 지난해 말 관내 어린이집 보육교사와 원장들에게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구청 생활복지국 직원 3명과 함께 지난달 검찰에 고발됐다.

박광태(朴光泰) 광주시장의 경우 부인 정모(57) 씨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정 씨는 광주시 공무원 10여 명이 모인 저녁식사 자리에서 박 시장 지지를 호소하고 7000원 상당의 초콜릿 7만여 원어치를 건넨 것이 문제가 됐다.

▽지방 공무원 ‘줄서기’도 심각=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현직 단체장 또는 여권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는 이른바 ‘줄서기’ 현상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부산시 공무원 박모 씨는 지난해 9월 부산지역 무료급식소 등에 정부가 비축하고 있던 김을 배부하면서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던 오거돈(吳巨敦) 해양수산부 장관의 인사말 카드를 첨부했다가 선관위의 경고를 받았다.

경북 구미시의 김모 시장비서실장은 지난해 8월 김관용(金寬容) 당시 구미시장의 경북도지사 선거를 돕기 위해 이 지역 박모 면장에게 한나라당 입당원서 70장과 현금 17만 원을 줬다가 적발됐다.

경기 광명시 공무원 김모 씨는 1월 백재현(白在鉉) 시장 명의로 지역구민 500여 명에게 ‘광명시에 숭실대 제2캠퍼스 유치가 확정됐습니다. 감사드립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가 선관위의 경고 조치를 받았다.

또 광주시 황모(46) 사무관은 동료 노모(41) 씨와 함께 박 시장의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2030세대 지지층 확보를 위한 영·유아 독서 잔치 행사’라는 문건을 만들었다가 적발됐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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