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명건]中엔 지하자원 주고 南엔 빈손 내밀고

  • 입력 2005년 11월 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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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최근 중국 지린(吉林) 성의 국영 철광석 수출입 회사인 중강(中鋼)그룹 등 3개 기업과 북한에서 가장 큰 철광인 무산철광을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홍콩 다궁(大公)보 2일자에 따르면 이들 중국 기업은 이 철광에서 연간 1000만 t의 철광석을 생산하게 된다.

북한은 지난달 초 우이(吳儀) 중국 부총리가 방북했을 때는 중국 우쾅(五鑛)그룹과 합작회사를 세워 북한 용등탄광에서 무연탄을 채굴하기로 합의했다. 북한이 지하자원 개발을 위해 중국 자본에 본격적으로 문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말 개성에서 열린 11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에서 지하자원 개발 문제를 놓고 북측이 남측에 보인 태도는 너무 달랐다.

남북은 7월 10차 경추위에서 남측의 경공업 제품 원자재와 북측의 지하자원 개발권을 맞교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11차 경추위에서 북측은 신발 6000만 켤레와 의류 3만 t 분량 등 엄청난 양의 원자재를 요구하면서도 지하자원 개발권 문제에 대해선 끝내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결국 돈이 되는 지하자원 개발 사업은 중국과 추진하고 생필품 원자재는 남측에서 ‘공짜’로 얻겠다는 북한의 속셈이 드러난 셈이다.

한국 정부 내에선 북한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당국자는 3일 “우리가 주는 만큼 북측으로부터 다 받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중국과 사업하는 것 중 일부라도 남측으로 돌려야 우리도 원자재를 줄 명분이 설 것 아니냐”며 개탄했다.

게다가 북측은 10차 경추위에서 당초엔 원자재가 아닌 완성품을 현물로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남측 회담 관계자들은 “도대체 저 사람들이 국가를 운영하고 있는 게 맞느냐”며 허탈해 했다는 후문이다.

형편이 어려운 북측이 동족인 남측에 기대를 갖는 것을 무조건 탓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북측이 상호주의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일방적 퍼주기’라는 남측의 비판적 여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 내에서조차 “공짜만 바라는 북한의 자세를 반드시 고쳐 놓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을 북측도 심각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명건 정치부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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