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강삼재 前의원 對국민 사과가 먼저다

  • 입력 2005년 11월 2일 0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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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강삼재(姜三載) 전 신한국당 사무총장은 강총(强總)으로 불렸을까. 매부리코에 매서운 눈빛, 딱 부러지는 업무 스타일과 명쾌한 언변이 그런 이미지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최근 대법원에서 ‘안풍(安風) 사건’과 관련해 무죄 선고를 받은 직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기지개’를 켰다. 안풍 사건이란 그가 신한국당 사무총장이던 1996년 15대 총선에서 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의 전신) 돈 1100억여 원을 선거자금으로 전용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것.

강 전 의원은 “은퇴 선언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지만 복귀 의사를 읽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는 2003년 9월 은퇴 선언 당시 “결백이 입증되더라도 정계에 복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제는 “정치는 생물이며 상황이 달라졌다.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강 전 의원의 정치 재개 여부와는 별개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할 대목이 있다.

이번 무죄선고의 의미는 간단하다. 재판부는 1000억 원대의 자금 출처가 ‘간첩 잡는 안기부 예산’은 아니라고 판단했을 뿐이다. 그 어마어마한 돈이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이나, 강 전 의원의 사재(私財)일리는 만무하다.

강 전 의원은 이에 대해 “과거의 잣대로 현재의 일을 재단하면 안 된다. 당시에는 그렇게들 했다. 현재 기준으로 보면 잘못됐다”며 상황론을 들먹였다.

그를 내리 다섯 번이나 국회의원으로 뽑아 주었던 마산시에는 ‘진실이 이겼다’는 지지자의 현수막이 여러 개 내걸렸다. 지역 정계에서는 강 전 의원이 머지않아 선거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그의 정치적 재기 여부는 3.15의거와 부마항쟁의 긍지가 살아 숨쉬는 마산의 유권자, 또는 경남도민의 선택에 달려있다.

강 전 의원은 유신시절 민주화 투쟁을 하다 옥고를 치렀고 최연소 집권당 사무총장, 부총재까지 지낸 5선의 중진이다. 그의 애칭 ‘강총’에는 강직하다는 이미지도 담겨있다.

그의 애칭이 부끄럽지 않으려면 강 전 의원이 정치 재개에 앞서 국민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일이 먼저 아닐까. 국민 세금이든 기업 후원금이든 천문학적인 ‘검은 돈’을 주물렀던 과거를 반성한 뒤 본격 활동에 나서도 늦지 않다. 그의 말대로 그는 ‘뒷방 늙은이가 되기에는 젊은’ 53세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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