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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10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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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부터 잦은 병치레를 하면서도 요직을 유지해 온 그의 사망으로 북한 수뇌부의 고령화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연형묵은 누구=연 부위원장은 2002년 2월 공식 활동을 중단하고 유럽에서 신병 치료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는 김 국방위원장의 지난해 4월 중국 비공식 방문을 비롯해 김 국방위원장이 중국 및 러시아에 갈 때마다 동행했다.
또 김 국방위원장은 평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연 부위원장을 ‘나의 동지’나 ‘나의 친구’라고 부를 정도로 살갑게 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정무원 총리로 활동하다 1992년 12월 심각한 경제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강도 당 책임비서로 좌천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그곳에서 중소형발전소 건설 등 새로운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강계(자강도의 대표적인 도시) 정신’이라는 신조어를 유행시켰고 1998년 국방위원으로 중앙무대에 복귀했다.
▽북한 수뇌부 고령화 심각=죽은 연 부위원장을 포함해 북한 핵심 수뇌부 대부분은 70세를 넘은 고령이다.
![]() 연형묵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영구가 23일 평양시 보통강구역 서장구락부에 안치됐다. 조선중앙TV를 촬영한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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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노동당 창건 60주년 기념 중앙보고대회에 참석한 김영남(金永南·77)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조명록(趙明祿·77) 국방위 제1부위원장 등 고위층 20명 중 70세 이상이 16명이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나이가 확인된 19명의 평균 나이는 75.7세였다.
김 국방위원장을 제외하고 군의 최고 실세로 통하는 조 제1부위원장은 만성 신부전증을 심하게 앓아 신장 2개를 모두 이식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계응태(桂應泰·80) 노동당 비서는 치매에 걸렸으며, 백남순(白南淳·76) 외무상은 신부전증을 앓고 있다는 것.
남북관계를 총괄하고 있는 임동옥(林東玉·75) 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도 폐암에 걸려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내각의 행정 경제기관 실무급은 30, 40대로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또 군의 경우 일선 군단 사령관은 대부분 40, 50대가 맡고 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연합뉴스
▼南인사들이 본 연형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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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부드럽고 온화한 분이다. 철저한 공산주의자라기보다는 오히려 남측의 경제발전을 선망하는 자유주의자라는 느낌도 받았다.”
1991년 12월 연형묵(당시 정무원 총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남북기본합의서에 공동 서명한 정원식(鄭元植) 전 국무총리는 연 부위원장에 대해 이렇게 회상했다.
1990년 연 부위원장과 3차례에 걸쳐 남북 총리 회담을 했던 강영훈(姜英勳) 전 국무총리도 그를 ‘아주 순수하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평했다.
강 전 총리는 “1차 총리 회담이 열린 호텔 방에 그와 단 둘이 있을 기회가 있었을 때 그의 손을 붙잡고 ‘개인적으로 친하게 지내자’고 했더니 그가 ‘욕심도 많습니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갑자기 방에 북측 사람 2명이 뛰어 들어오자 그는 표정을 바꾸고 ‘북에 갔다 와서 감옥에 갇힌 사람들을 빨리 풀어주시오’라고 소리쳤다”는 일화를 회고했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문안작성 작업에 참여했던 김형기(金炯基) 전 통일부 차관은 연 부위원장에 대해 “합리적이고 유연하면서도 조직 장악력과 리더십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당시 북측 강경파에 휘둘리지 않고 기본합의서 공동서명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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