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연례안보協 “전시작전권 이양 협의 적절히 가속”

  • 입력 2005년 10월 22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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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부 장관(왼쪽)과 윤광웅 국방부 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날 열린 제37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강병기 기자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부 장관(왼쪽)과 윤광웅 국방부 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날 열린 제37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강병기 기자
한국과 미국은 21일 한반도 유사시 한미연합사령관(미 육군대장)이 행사하는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으로 이양하는 문제에 대한 협의를 ‘적절히 가속화’하자는 데 합의했다.

양측은 이날 오전 윤광웅(尹光雄) 국방부 장관과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제37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13개 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날 전시작전권의 이양 문제에 대해 시종일관 신중론을 폈으며, 한국 내 맥아더 동상 철거 논란과 반미 감정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이번 SCM의 최대 이슈는 전시작전권의 한국군 이양 문제였다. 한국은 지난달 말 한미안보정책구상회의(SPI)에서 전시작전권 이양 협의를 공식 제의했다. 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취임 이후 수시로 전시작전권의 환수를 자주 군대의 ‘필수조건’으로 역설해 온 만큼 이에 대한 미국 측의 반응이 주목됐다.

회의가 끝난 뒤 발표된 공동성명에는 ‘두 장관은 지휘 관계와 전시작전통제권에 대한 협의를 적절히 가속화(appropriately accelerate)하기로 합의했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이에 대해 럼즈펠드 장관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전시작전권 문제와 관련해) 양측이 특별히 해결해야 할 만한 혼란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한국의 능력이 커질수록 더 많은 임무를 맡게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지휘관계 조정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원론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 말이었다.

그는 특히 전시작전권의 이양 시기를 묻는 질문에 “한미 양국이 적절한 시기라고 결정하면 그때 이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한국 정부의 ‘희망’과는 별개로 전시작전권의 이양은 한국의 능력과 안보 여건을 최대한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 측으로선 이양 문제를 거론하기엔 시기상조라는 방침을 분명히 한 셈”이라고 말했다.

▽맥아더 동상 철거 논란과 반미 감정=럼즈펠드 장관은 맥아더 동상 철거를 둘러싼 논란과 북한보다 미국이 한반도 평화를 더 위협하고 있다는 일부 한국인의 시각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대답하기에 앞서 잠시 생각해 보겠다”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는 이어 “미국은 한국 국민이 자유롭도록, 한반도가 평화롭게 안정될 수 있도록 많은 미국인의 목숨을 바쳤고 많은 자금을 투자했다”며 “한미동맹이 제공한 평화와 안정 속에서 한국인은 근면함으로 수십 년간 경제성장을 이뤘고 많은 기회를 얻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세상에서 명확한 것이 하나 있다면 분쟁과 불안정은 경제 번영을 막는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한국 정부의 요청에 의해 한미동맹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최근 주한미군사령부의 축소 해체 및 하와이 이전설에 대해 “그와 관련된 어떤 계획도 없으며 앞으로 양측의 논의 과정에서도 그런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날 회의를 마친 뒤 노 대통령을 예방하고 서울 용산 미군기지를 찾아 주한미군 병사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그는 22일 한국을 떠난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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