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商道없는 北과 누가 사업하겠는가”

  • 입력 2005년 10월 21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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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1일 북한 금강산 온정각에서 열린 금강산면회소 착공식에 참석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8월 31일 북한 금강산 온정각에서 열린 금강산면회소 착공식에 참석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이렇게 하루아침에 신의를 저버린다면 어느 기업이 북한에서 사업을 하려 하겠나.”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20일 “현대와 모든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하자 국내 경제계와 남북협력 관련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이 최소한의 ‘상(商)도의’마저 무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단적인 사례여서 상당 기간 민간 차원의 남북 경제협력은 정상화되기 어렵다는 전망도 많았다.

대기업 A사의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국제 상거래 규범을 잘 지키지 않는다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1조5000억 원이나 쏟아 부은 현대를 저런 식으로 대할 정도라면 사업 파트너로서 최소한의 상도(商道)도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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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부터 60여 차례 북한을 방문하며 대북경협사업을 추진해온 김찬구(金燦球) 화인통상 대표는 “북측이 표면적으로는 김윤규(金潤圭) 씨와의 의리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번 기회에 더 많은 이익을 얻겠다는 속내”라고 해석했다.

남성욱(南成旭)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행동은 한마디로 ‘현대그룹과 현정은(玄貞恩) 회장 길들이기’ 성격”이라며 “김 씨 퇴출을 거론한 것은 명분일 뿐이며 자금력이 넉넉지 않은 현대 대신 다른 기업을 끌어들여 실속을 차리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승렬(吳承烈)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시장경제의 생명은 계약관계”라며 “북한은 계약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왜곡된 남북경협 관행을 ‘시장경제 원칙’을 중심으로 바로잡아야 하며 국내 기업이나 정부가 북한의 부당한 요구에 굴복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많았다.

동용승(董龍昇)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도 “그동안 남북관계는 도움을 주는 자와 도움을 받는 자라는 ‘갑을(甲乙)’이 바뀐 채 진행돼 왔다”면서 “진통이 따르더라도 이번에는 북한에 도움을 받는 처지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철(李承哲)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는 “남북 계약 관계가 (비리 기업인 처리라는) 개인 문제로 차질을 빚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이런 식으로는 다른 기업의 참여도 이끌어내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북경협 관련 시민단체인 남북포럼의 김규철(金圭喆) 대표는 “김윤규 씨 사태와 관련해 그동안 정부의 태도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면서 “정부는 김 씨 처리문제나 북한 측 태도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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